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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부2

내가 읽은 쉬운 시 125 - 이성부의「벼」 도시농부 수업 시간에 벼를 심어 봤다. 2리터 팻트병을 잘라 흙을 넣고 벼 몇 포기를 심는 간단한 실습이었다. 논에 가득한 벼만 보다가 물병 속에 담긴 벼를 보니 옹색하기 그지 없었다. 몇 사람이 교실 한 쪽에 줄을 세워 모아놓으니 그나마 벼다운 벼를 보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물을 채워 바람이 잘 통하고 해가 잘 드는 곳에 두라고 했다. 물과 바람과 햇빛도 벼 속에 녹아 스며들어 벼를 키우는 환경이자 자양분이라는 뜻이겠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접경 라다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라다크인들은 나무 한 그루를 고립된 존재로 분리해서 보지 않고 나뭇잎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그것을 흩날리게 하는 바람, 나무.. 2019. 7. 5.
내가 읽은 쉬운 시 10 - 이성부, 하종오 오늘은 곡우(穀雨).봄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선 날이다.추운 겨울을 이기고 난 봄은 대부분 환희와 부활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을 들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릴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봄」-봄비와 함께 생명의 곡식들이 윤택해진다는 날에 나라 안팎으로 아픈 소식들이 줄을 잇는다. 성지순례 길에 나선 무고한 사람들이.. 2014.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