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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2

메리 크리스마스 할아버지가 온다는 사실을 알면 2호 저하는 오는 길목을 내다보며 망부석이 된다고 한다. 딸아이가 보내준 사진을 보면 매번 마음이 조급해져 발길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두 저하는 나이 차이가 있어 공통의 놀이를 가지고 함께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정해 공평하게 교대로 노는데 이것도 어렵다. 누구하고 놀아도 다른 한 저하의 아쉬움과 불만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긴 하다. 딸아이는 옛날부터 '인생은 이벤트'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나는 딸아이의 말에 동의한다. 흔히 말하 듯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느라 피곤할 텐데도 딸아이는 의욕적으로 무슨 일인가를 자주 벌인다. 크리스마스가 .. 2023. 12. 26.
꽃길만 걸읍시다 "갑자기 먹고 싶은 게 생각났어." 텔레비전에서 타이베이 여행기를 보다가 아내가 말했다. 타이난 (臺南)지역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올 때였던 것 같다. "어떤 거?" "오징어볶음과 파스타, 그리고 딤섬" 딤섬은 사먹어야 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 망설일 필요가 없다. "오케이! 장을 봐다 바로 만들어 줄게." 막연한 '맛있는 거'보다 구체적인 목표 메뉴가 있는 것이 음식을 준비하는 쪽에서는 훨씬 편하다. (부엌을 접수하기 전 나는 '맛있는 거 좀 해줘'라고 막연한 요구를 자주 던져 아내를 괴롭힌 바 있다.)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은 대개 '아무거나' 먹는다. 냉장고를 뒤져 짜투리 음식들을 모아 비벼 먹으며 재고정리를 하거나 라면 따위의 즉석식품으로 때운다. 어떤 음식이 '먹고 .. 2023.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