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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3

발밤발밤 50 - 이태원 골목길 서울엔 한 시기마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유흥공간이 있었다. 60년대의 명동, 70년대의 종로, 80년대의 이태원, 90년대의 압구정동 등등. 21세기에는 어느 지역이 그 이름을 이어받았을까? 홍대 앞? 청담동? 모르겠다. 유흥공간이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각 지역마다 어떤 특성을 드러내며 특화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내와 나는 60년대에는 아직 어렸고 80년대는 직장 문제로 둘 다 지방으로 갔으므로 아무래도 대학생 시절이었던 70년대에는 종로가 친숙했다. 아내와 처음 만난 곳도 종로였고 자주 만나는 곳도 종로였다. 봄비가 내리는 저녁이었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청승을 떨며 무교동 거리를 걷던 나는 문득 저 앞에 그녀가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순간 흠뻑 젖은 온몸이 바.. 2019. 7. 20.
발밤발밤13 - 이태원 부근 이태원 하면 우선 길거리를 오고가는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인종의 용광로' 지역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음식이 따르기 마련이니 또한 이태원은 다양한 국적의 먹을 거리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주재로 인해 오랫동안 이태원을 가보지 못했다. 이번 연휴 첫날 근 10년여 만에 아내와 이태원을 찾았다. 이태원역 근처 쟈니덤플링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미 인터넷에서 '검증'된 곳이다. 메뉴도 검증된 것을 선택했다. 찐만두와 군만두의 특성을 반반씩 지닌 '반달'과 홍합만두국. 추가로 주문한 고기를 넣지 않고 부추향이 강한 군만두도 나쁘지 않았다. 식사 후 특별한 목적지 없이 이태원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걸어다녔다. 이태원의 국제적 분위기는 이전 보다 훨씬 강.. 2016. 5. 8.
지난 국토여행기11 - 이태원, 식욕을 일깨우는 다양한 방법 식욕은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욕망이라 거기에 반하는 굶주림이나 기아의 상황은 가장 심각하고 서러운 고통이 된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적당한 배고픔은 즐거운 시간의 도래를 알리는 전령사와 같은 것이다. 네다섯 시간마다 그런 주기가 찾아온다는 것은 행복이다. 어떤 뱀처럼 한 번에 제 몸통보다 큰 것을 삼키고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면 하루가 얼마나 길겠으며 한 달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몸이 아프면 식욕부터 떨어지는 것을 볼 때 식욕은 건강함의 표시도 된다. 식욕은 삶에 대한 애착의 표시라는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태원은 그 배고픔의 즐거움이 증폭되는 곳이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이 거리와 골목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태여 음식은 역사며 문화라는 상투적인 정의를.. 2012.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