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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지난 국토여행기11 - 이태원, 식욕을 일깨우는 다양한 방법

by 장돌뱅이. 2012. 10. 21.

식욕은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욕망이라 거기에 반하는 굶주림이나 기아의
상황은 가장 심각하고 서러운 고통이 된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적당한 배고픔은 즐거운 시간의 도래를 알리는 전령사와 같은 것이다. 네다섯
시간마다 그런 주기가 찾아온다는 것은 행복이다.

어떤 뱀처럼 한 번에 제 몸통보다 큰 것을 삼키고 한 달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면
하루가 얼마나 길겠으며 한 달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몸이 아프면 식욕부터 떨어지는
것을 볼 때 식욕은 건강함의 표시도 된다. 식욕은 삶에 대한 애착의 표시라는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태원은 그 배고픔의 즐거움이 증폭되는 곳이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이 거리와 골목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태여 음식은 역사며 문화라는 상투적인 정의를 들먹이지
않아도 여러 나라의 색다른 음식의 경험은 육체적 정신적 포만감과 만족감을 준다.
아내와 함께 다녀본 아래 식당들 중에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놓은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맛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틈이 날 때마다 이태원을 들락거리며 경험한 모든 음식들은
저마다 독특한 맛과 모양으로 아내와 내가 함께한 시간을 즐겁고 풍요롭게 했다.
저녁 하늘을 나는 작은 새떼들의 집단 춤사위처럼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그런 작고 행복한 기억들의 축적일 것이라 믿는다.


1. 바다식당의 존슨탕
반드시 추천할만한 맛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 이름이 ‘이태원다워’
제일 먼저 말해야 할 것 같은 음식, 존슨탕. 이름이 재미있지 않은가.
부대찌개의 원조격이라고 한다. 요즈음 부대찌개는 하나의 퓨전음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와 고추장을 넣어 끓인 것이
라는 부대찌개의 유래에는 전쟁과 가난의 서글픈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존슨탕은 그 이름에서 보듯 미국 스타일에 가까운 부대찌개이다.
검은 색의 동그란 쇠냄비에 햄과 소시지, 감자 등이 들어가는 것은 부대찌개와
비슷하나 김치 대신 양배추가 들어가고 결정적으로 그 위에 노란 치즈 한 장이
얹혀 나오는 것이 부대찌개와는 다른 모습이다. 국물은 매콤달콤하나 치즈 탓인지
좀 느끼하기도 하다. 아내와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맛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1966년에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취사병이 미국식 재료에
한국식 양념을 가미하여 끓여내 호평을 받으면서 대통령의 이름을 따 존슨탕이라고
했다는데 그다지 믿음이 가는 주장은 아니다.
식당의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왜 존슨탕이라고 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주인이 아니라
모른다고 했다. 바다식당은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이태원방향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바다약국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다.
(전화:02-796-1317)


2. 프랑스음식점 르 쌩텍스(LE SAINT-EX)
 

아내와 내가 다녀본 이태원의 식당 중에서 음식에 가장 만족했던 곳이다.
홀 중앙에 푸딩 등의 후식 몇 가지가 진열되어 있고 그리 많지 않은 개수의
테이블이 있는 오붓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이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실외좌석도 좋아 보였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서양인 부부의
모습이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있다.
(전화번호 : 02-745-2465)


3. 스페인음식점 라 플란차(LA PLANCHA)
 

 프랑스 남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 국경지역의 바비큐요리가 전문이라고 한다.

육고기와 해산물, 소시지 등의 바비큐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지만 인원수에 따라
적당한 크기의 콤보세트를 선택하면 골고루 맛을 볼 수도 있다.

 스페인식 볶음밥인 빠에야(PAELLA)의 맛도 좋다. 위 르쌩텍스와 마주 보고 있다.
(전화번호 : 02-790-0063)


4. 그리스음식점 산토리니(SANTORINI)
 

푸른 바다와 하얀색의 집들이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
언젠가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아내와 내가 꼽고 있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직원의 추천으로 간단히 샐러드와 기로스 샌드위치(GYROS PORK PITTA SANDWICH WITH
FRENCH FRIED)를 먹어보았다. 음식 자체가 입에 와 닿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탓이리라. 산토리니로 여행 준비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먹었다.
르쌩텍스 옆 건물의 2층에 있다. (전화번호 : 02-790-3474)


5. 파키스탄음식점 모글(MOGHUL)



인도와 파키스탄의 요리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모글의 직원은 비슷하다고 했다.
가정집을 개조하여 입구와 정원이 아름답다.
1984년에 오픈하여 일대의 서남아 음식점 중 가장 오래 되었다고 한다. 

 

세트 메뉴를 주문하여 세부 음식의 이름은 모르겠고 다양한 향신료와 카레가 인상적이었다.
주말에 열리는 뷔페에 참석하면 좀 더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해밀턴호텔 바로 뒤쪽에 있다. (전화번호 : 02-796-5501)


6. 태국음식점 부디스벨리 (BUDDHA'S BELLY)
 

부처님의 식욕?’ 이름이 재미있다. 경리단근처에 작은 1호점이 있는데, 일년 반 전에
해밀턴호텔 옆에 2호점을 냈다. 아내와 내가 가본 곳은 2호점이다. 사세확장(?)을
했다는 것은 장사가 잘 되었다는 뜻이고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말이 되겠다.

 

 

이곳을 가보기 전에 역시 이태원에 있는 타이수끼를 방문했다가 많이 실망하여
한국에서 먹는 태국음식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부다스밸리의 태국음식은
만족스러웠다. 다소 썰렁한 식당 분위기를 팟타이와 해물커리의 맛이 보완하여
주었다. 식당 모글 맞은 편 2층에 있다. (전화번호 : 02-796-9330)


7. 이탈리아음식점 라 타볼라(LA TAVOLA) 

화덕에서 구워내는 피자가 유명하다고 한다. 가리비버터구이와 함께 주문하였다.
파스타도 한 가지 경험하고 싶었지만 아내와 나 둘이서 경험할 수 있는 양적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두 가지 다 기대에 부응하는 맛이었다. 

 

해밀턴호텔에서 한남동 쪽으로 약 50미터쯤 직진하다 보면 왼편 2층에 있다.
(전화번호 : 02-793-6144)


8. 일본음식점 문타로(文太郞)

이곳 사장님이 문씨 성을 가지고 있어서 식당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일본식숯불구이 전문점. 삼겹살꼬치구이나 메로구이가 좋았다.
식사보다는 가볍게 술을 한잔하기에 좋은 곳이다. 식당 내부는 매우 비좁다.
저녁에는 손님이 붐벼 기다려야 할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한남동 방향, 제일기획을 지나 오른쪽에 도로변에 있다.
(전화번호 : 02-796-7232)


9. 스위스음식점 알트 스위스 샬레(ALT SWISS CHALET)
문을 연지 20년이 넘은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스위스 음식점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고 커피만 마셔서 음식에 관해선 말할 게 없다.
치즈퐁듀가 유명하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며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빼어나지는
않아도 한가롭고 편안하다.  

 

식당의 외관은 달력 속의 사진처럼 예쁘고 내부 장식도 아기자기 하다.
70년대 요들송으로 이름 높았던 김홍철의 공연도 정기적으로 있다.
이태원 소방서 건너편 조선 엔틱 골목으로 들어가 약 100미터쯤 가면
오른쪽으로 있는 흰색의 2층 건물이다. (전화번호 : 02-797-9664)


10. 게코스 가든(GECKO'S GARDEN)


역시 차만 마시고 온 터라 음식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직원이 가져다 준 메뉴판을
잠시 읽어보니 스테이크, 파스타, 샌드위치 등 다양한 서양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이 아니더라도 게코스가든은 초록의 정원이 예뻐 차와 음료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갈만한 곳이다. (전화번호 : 02-790-0540)


11. 이탈리아음식점 라 쿠치나( LA CUCINA)
 

엄격히 말하면 이 식당은 이태원관광특구의 경계 밖에 있지만 같은 남산 자락에
있으므로 포함시켜 본다. 남산 그랜하얏트 호텔 정문 앞에 있는 식당으로 분위기와
맛, 서비스 등을 종합할 때 아내와 나는 이 기사에 거론된 식당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한국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세간의 평판을 얻고 있기도 하다.

 

 

 

아내와 나처럼 이탈리아음식에 대해서 피자와 파스타를 빼곤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메뉴판의 아무 거나 주문한다고 해도 실망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특별한 날을 위한 식당으로도 추천하고 싶다. (전화번호 : 02-794-6005)

*(2007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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