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태원참사4

보고 듣고 말하라 무려 159명···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현실· 서둘러 차려진 위패나 영정이 없는 분향소. 유족 없는 일방적이고 거침없는 조문. 슬픔도 빨리 결제하고 낡은 파일 속에 집어넣어야 할 거추장스러운 업무 중의 하나였을까? 끝내 죽음은 죽은 사람들의 몫일뿐 어떤 이유도 잘못한 사람들도 없는······ 1년이 지난 그날에도 여전한 그들만의 '따로 혹은 나 홀로 애도'. 단 10분만이라도 만나 달라는 오체투지의 애원에도 흔들림 없는 냉담. 그리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참사에 '할 만큼 했다'는 자화자찬의 마무리.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 = =이하 에서 인용 = = = 십자가의 길-3 옷을 벗기다 붉은 망토를 입히다 가시나무 관을 씌우다 무릎 끓어 조롱하다 침을 뱉다 갈대로 .. 2024. 2. 8.
봄을 세우는 날 입춘이랍니다. 왜 '들 입(入)'이 아니라 '설 입(立)'을 쓰는 것인지 입춘 때마다 생각하면서도 알지 못합니다. 저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봄을 세우라는 뜻일까 마음대로 짐작해 봅니다. 내일은 보름 전날이기도 해서 아침에 이런저런 보름나물을 꺼내보았습니다. 작년까진 아내가 많은 종류의 나물을 준비했습니다만 올해는 집에 있는 서너 가지만 가지고 내가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오곡밥도 사곡밥으로 축소 조정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냥 좀 신명이 나지 않는 봄의 문 앞입니다. 또 내일은 이태원참사 10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내어 아내와 함께 미사에 참석해 봐야겠습니다. 저 나무가 수상하다 '아름다운 그대가 있어 세상에 봄이 왔다' 나는 이 글귀를 한겨울 광장에서 보았다 스멀스멀 고목 같은 내 몸.. 2023. 2. 3.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 신철규, 「눈물의 중력」 -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 2022. 12. 25.
제주 함덕 13 아침 산책으로 올레길 19코스 북촌리에서 동복리에 이르는 길을 걸었다. 올레 패스포트에는 19코스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바다만도 아니고 숲만도 아니다 바다, 오름, 곶자왈 마을, 밭··· 제주의 모든 것이 이 길안에 있다. 밭에서 물빛 고운 바다로, 바다에서 솔향기 가득한 숲으로, 숲에서 정겨운 마을로 이어지는 길의 전환. 지루할 틈이 없다." 오늘 길은 '솔향기 가득한 숲으로, 숲에서 다시 물빛 고운 바다로'였다. 동복리 바다로 내려오는 길에 핸드폰이 울려 꺼내보니 제주도에서 보낸 안전 안내 문자다. "이태원사고 관련 사고 수습과 전국적 애도 분위기 상황입니다. 각종 축제와 행사, 특히 할로윈 행사를 준비 또는 참여하는 분은 안전에 각별한 유의 바랍니다." 이태원사고? 할로윈 행사에 무슨 .. 2022.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