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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제주 함덕 13

by 장돌뱅이. 2022. 10. 31.

아침 산책으로 올레길 19코스 북촌리에서 동복리에 이르는 길을 걸었다.
올레 패스포트에는 19코스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바다만도 아니고 숲만도 아니다 바다, 오름, 곶자왈 마을, 밭··· 제주의 모든 것이 이 길안에 있다. 밭에서 물빛 고운 바다로, 바다에서 솔향기 가득한 숲으로, 숲에서 정겨운 마을로 이어지는 길의 전환. 지루할 틈이 없다."

오늘 길은 '솔향기 가득한 숲으로, 숲에서 다시 물빛 고운 바다로'였다.

동복리 마을 운동장
동복리 바다

동복리 바다로 내려오는 길에 핸드폰이 울려 꺼내보니 제주도에서 보낸 안전 안내 문자다.

"이태원사고 관련 사고 수습과 전국적 애도 분위기 상황입니다.
각종 축제와 행사, 특히 할로윈 행사를 준비 또는 참여하는 분은 안전에 각별한 유의 바랍니다."


이태원사고? 할로윈 행사에 무슨 안전 유의? 하는 생각으로 뉴스를 검색해 봤더니······ 이런 세상에!

밤 사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안타까운 죽음들과 가족들에게 우선은 애도를 표할 뿐이다. 

카페 "바람벽에 흰 당나귀"에서 본 바다

명절이 지난 후 며칠은 남은 명절 음식이 밥상에 오른다.
결혼기념일을 치르고 남은 음식인 해물 잡채를 데워 아침을 했다.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올레길 18코스에 있는 "닭머르"로 갔다. 어제 신촌포구에 이은 길이다.
어디서나 바다는 속이 탁 트이는 듯한 풍경으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닭머르에서 보는 바다는 특히 그 장쾌함이 압권이었다.


어제 좀 많이 걸어서일까?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예정보다 조금만 걸었다.
그래도 5천 걸음 정도를 걸었으니 준수한 편이다.

닭모르 근처에 있는 카페 "점점"에서 달달한 음료와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며 쉬다가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니 방송사 마다 이태원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150명이 넘는 생때같은 목숨들이 또 허망하게 스러졌다. 도대체 언제쯤이나 되어야 '예견된 참사'라는 참사가 끝날까?
'경찰 배치로 해결됐을 문제가 아니었다'는 '예견된' 망언도 왜 없어지지 않는 걸까?
안전 조치를 취했어도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뜻일까?
그것이 단지 축제를 즐기러 간 선량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가 할 소리일까? 
슬픔과 애도의 분위기가 잦아들고 시민들이 정당한 분노로 책임 소재 규명을 요구할 때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그야말로 정치적인 답변이 이번에는 나오지 않을까?

뒤숭숭한 저녁. 그래도 때는 찾아와 카레를 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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