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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제주 함덕 15

by 장돌뱅이. 2022. 11. 2.

삼양해수욕장에서 한 아침 산책. 철 지난 해변은 바람과 파도소리만 잔잔할 뿐 조용했다.
함덕이나 김녕해수욕장과 달리 삼양 해수욕장은 해변이 검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에서 검은 바위와 돌이 널린 바닷가는 자주 보았지만 검은 모래의 해변은 처음이었다. 이곳이 유일한가? 모르겠다. 여름철엔 모래찜질로 유명하다고 한다. 삼양해수욕장도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해변을 천막으로 덮는 월동 준비가 진행 중이었다.

아침은 콘수프와 제철인 단감으로 했다.

점심은 식당 "골목"에서 해장국을 먹었다. 아내는 해장국이나 내장탕, 곰탕 등을 대체적으로 싫어하는 편이지만 나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해장국을 함께 먹어주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옛말에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말이 있다. "골목" 옆에 있는 커피점 "빽다방"은 '장맛보다 뚝배기'인 곳이었다. 커피와 음료의 맛은 젬병이었지만 빽다방에서 내려다보는 함덕 해수욕장의 전망은 비할 데 없이 훌륭했다. 아내가 입을 대다 만 음료까지 대신해서 먹으며 창문 밖 풍경을 오래 즐겼다.

해변길을 따라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빛을 담아서인지 바다 물빛도 더욱 맑고 고왔다.

저녁엔 가지들깨소스무침을 만들었다. 쓰고 보니 먹는 이야기만 적은 것 같다.
식사는 일상과 여행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로 쓰지는 않았지만 먹는 일만큼 중요한 다른 일들이 그 사이에 있다. 아내와 나누는 자잘한 이야기, 시덥잖은 농담, 짖궂은 장난, 손자친구와 영상 통화,  주고받는 수수께끼, 책 읽기, 음악 듣기, 아내는 방에서 나는 거실에서 빈둥거리기······
니체가 말했던가. "아름답게 있는 것보다 거대하게 있는 것이 더 쉬운 법"이라고.
오늘로 제주살이 반이 지나간다. 나머지 반도 이제까지의 반처럼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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