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단상1 입춘 무렵 바람 잔 날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한 방울두 방울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추녀 물을 세어본다한 방울또 한 방울천원짜리 한 장 없이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흘러가는 물방울에봄이 잦아들었다.- 박형진, 「입춘 단상」-손자 친구와 나눈 수수께끼."더울수록 옷을 많이 입고 추우면 옷을 벗는 것은?""나무!" 강추위와 바늘끝 바람에 나무들이 옷을 벗고 맨몸으로 서있다. 온갖 장식을 털어버리고 오직 명징한 정신의 고갱이로만 겨울을 견디겠다는 의지를 보는 것 같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지만 입춘이 지났으니 머지않아 가지마다 다시 연두색 새싹이 돋고 꽃은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어둠과 추위에 함몰될 때 우리는 패배주의에 갇히기 쉽고, 밝음과 따뜻함에만 끌릴 때 쾌락주의에 빠지기 쉽다.입춘은 겨울 다음의 봄을 순차적.. 2022. 2.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