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1 시대의 이야기꾼, 별이 되다 나는 내가 직접 전령사가 되고 싶었다. 한 손에는 만고강산을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그리고 거리의 아우성을 함께 몰아서 치는 징을 들고 또 한 손엔 바람찬 산마루턱에 봉화를 당길 횃불을 들고 어기차게 달리는 옛이야기의 주인공 말이다. 담아, 우리 집안이 본래 어떤 집안인 줄 아느냐? 우리 집안은 비록 화려하진 못했으나 한없는 이야기꾼의 집안이었음을 너희들에게 상기시키고 싶구나. (···) 한겨울 가루눈이 지향없이 내리는 깊은 밤 , 주린 속은 쓰리고 옛이야기는 달리고 화로의 불길마저 시들어가는 밤이면 울타리 너머 수수밭을 달리는 바람소리가 유난히 스산했다. 이럴 때면 할머니는 백두산 준령을 넘나드는 독립군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저 바람소리는 독립군의 말 달리는 소리라고. 왜놈 병정을 쥐 잡듯 하고 묏돼지 .. 2021. 2.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