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상1 <<태일이>>의 부활 내가 입대하여 막 부대 배치를 받은 졸병이었을 때 그는 말년 병장이었다. 서울대를 다니다가 입대를 했다는 이유로 부대원들의 선망을 받았다. 그는 누구에게나 선하고 느긋한 웃음을 지으며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나에겐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우연 때문인지 더욱 그랬다. 계급적으로 까마득한 거리가 있는 선임이었지만 그는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늘 동아리의 선배처럼 편안하게 말을 건네곤 했다. 한 가지, 그는 사격 훈련에선 완전 낙제생, 군대말로 '고문관'이었다. 과녁에 아예 한 방도 맞추질 못했다. 한 발도 안 맞추기는 스무 발을 다 맞추는 것보다 힘든 일인데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그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가는 사격장에서 그는 매번 체력 훈련을 받아야 했다. '총을 못 쏘면 총알이라도 나르는.. 2022. 4.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