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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2

이 봄을 노래 부르세 아파트 화단에 동백이 빨갛게 비치는가 싶더니 노란 산수유가 아스라이 번지고, 그 뒤를 따라 이번엔 목련꽃이 하얗다. 2월 입춘에 들어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도 다 지나 4월이 낼모레다. 불과 며칠 전 강변을 걸을 때 개나리 꽃몽오리가 맺혀 있을 뿐 벚꽃은 아직이었다. 그런데 오늘 개나리는 물론 벚꽃까지 활짝 피어 있다. 벌써 삼월이고 벌써 구월이다. 슬퍼하지 말 것. 책 한 장이 넘어가고 술 한 잔이 넘어갔다. 목메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 정현종,「벌써 삼월이고」- 꽃이 쏟아져나오 듯 숨 가쁘게 핀다. 겨우내 조용했던 강변엔 봄이 불러낸 '사람꽃'들도 가득하다. 봄이 다하면 바투 여름이 뒤이어 오고 어느새 구월이 또 넘어갈 것이다. 즐거이 노래 부르지 않으면 꽃은 그냥 피었다 지고 세.. 2024. 3. 28.
그때 왜 좀 더 사랑하지 않았을까?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숭례문은 우리 사회와 시대를 장악한 물신 숭배의 폭력에 쓰러진 '숭례(崇禮)'의 주검입니다. 그것이 꼭 국보1호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지니지 않은, 산골에 버려진 폐가였다 하더라도 악마의 혓바닥처럼 넘실거리는 불꽃에 스민 세상과 인간의 광기는 너무 끔찍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비참해지고 나서도 왜 변함없이 아귀다툼의 메마른 목청만 높이는 것일까요. 무너져버린 숭례문을 복원하지 말고 차라리 그대로 놔두는 것은 어떻겠는지요. 서울 한복판을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하여 무너진 숭례문을 보면서 참회하고 뉘우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불타버린 잔해라 하더라도 참다운 국보 1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시급히 복원해야 할 것은 결코 숭례문이라는 '건물'만이 아닐 겁니다. 지난 파일을 뒤져.. 2013.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