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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그때 왜 좀 더 사랑하지 않았을까?

by 장돌뱅이. 2013. 5. 31.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숭례문은 우리 사회와 시대를 장악한 물신 숭배의 폭력에 쓰러진 '숭례(崇禮)'의 주검입니다.
그것이 꼭 국보1호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지니지 않은, 산골에 버려진 폐가였다 하더라도 악마의 혓바닥처럼 넘실거리는
불꽃에 스민 세상과 인간의 광기는 너무 끔찍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비참해지고 나서도 왜 변함없이 아귀다툼의 메마른 목청만 높이는 것일까요.
무너져버린 숭례문을 복원하지 말고 차라리 그대로 놔두는 것은 어떻겠는지요.

서울 한복판을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하여 무너진 숭례문을 보면서 참회하고 뉘우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불타버린 잔해라 하더라도 참다운 국보 1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시급히 복원해야 할 것은 결코 숭례문이라는 '건물'만이 아닐 겁니다.

지난 파일을 뒤져 발견한 남대문 사진.
왜 그때 좀 더 오래 눈여겨 보지 않았을까, 좀 더 깊이 가슴에 담아두지 않았을까, 후회가 됩니다.


나는 가끔 후회하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시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2008. 2에 작성)
*숭례문은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사람에 의해 2008년 2월 불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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