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구1 집장구 일년에 한 번은 집이 장구소리를 냈다 뜯어낸 문에 풀비로 쓱싹쓱싹 새 창호지를 바른 날이었다 한입 가득 머금은 물을 푸- 푸- 골고루 뿌려준 뒤 그늘에서 말리면 빳빳하게 당겨지던 창호문 너덜너덜 해어진 안팎의 경계가 탱탱해져서, 수저 부딪는 소리도 새소리 닭울음소리도 한결 울림이 좋았다 대나무 그림자가 장구채처럼 문에 어리던 날이었다 그런 날이면 코 고는 소리에도 정든 가락이 실려 있었다 -손택수의 시, "집장구"- 시인의 '집장구'란 표현이 기발하다. 나도 그런 기억이 있다. 어렸을 적 한옥에 살 때 바쁜 농사가 끝난 늦가을이면 볕이 좋은 날을 잡아 부모님은 집안의 모든 방문을 떼어내 해묵은 창호지를 물에 불려 밀어냈다. 그리고 인용한 시에서처럼 "풀비로 쓱싹쓱싹" 새 창호지를 발랐다. 어머니는 여름에.. 2014. 10.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