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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2

짜장면은 언제나 옳다 내가 짜장면을 처음 먹어 본 것은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친척 형과 함께 서커스 구경을 한 날이었다. 내가 살던 마을은 행정구역으로는 서울이었지만 변두리 촌이어서 짜장면은 청량리쯤의 시내나 나가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처음 맛본 짜장면은 가히 천상의 맛이었다. "그 충격적인 첫맛의 기억은 성인이 되면서 점차 희미해지고 소멸되어 차차 여느 보통의 음식과 같이 되었다. 그런데 그 짜장면의 맛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짜장면의 냄새가 성인이 된 내게 강렬하게 부활한 적이 있다. 군에 입대해서 논산훈련소에서 박박 기며 신병 훈련을 받을 때였다. 각개전투 교장에서 돌아오던 저녁 무렵 훈련소 주변에는 늘 짜장 볶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악을 쓰듯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는 우리들의 눈에.. 2024. 3. 25.
냄새에 관한 몇가지 기억 빵냄새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서울. 하지만 변두리였고 5-60년대 초반까지는 지방의 여느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동 목욕탕이 없어서 목욕을 하려면 버스를 타고 청량리까지 나가야 했다. 어린 시절엔 목욕이 무척이나 가기 싫고 하기 싫은 일상 중의 하나였다. 나는 2남 4녀 중의 다섯째라 좀 크기 전까진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목욕을 가야 했다. 아버지나 형과 함께 목욕탕에 가면 등을 밀어주는 경우를 제외하곤 비교적 내게 자율적인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누나들과 함께 갈 경우는 끔찍 그 자체였다. 누나들은 한 점의 때도 남길 수 없다는 본전 의식에 투철하여 남자들보다 그악스럽게 때를 밀어내는 통에 아버지나 형과 동행했을 때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고통보다 더 싫었던 .. 2019.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