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관산2

지난 국토여행기 50 - 강진에서 장흥으로 새벽 네 시. 캄캄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었다. 세 시경에 일어나 한 시간 가까이 떠날 채비를 하였지만 여전히 졸린 기색이 역력한 딸아이는 차가 출발하자마자 뒷좌석에서 이내 잠에 빠졌다. 아내와 나는 손바닥을 부딪치며 출발을 외쳤다. 오늘의 목적지는 전라남도 장흥 천관산(天冠山). 아내와 내가 오래 전부터 생각은 했었지만 거리가 만만찮아 매번 미루어왔던 여정이다.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5대 명산으로 불리는 천관산은 가을이면 능선에 피어나는 억새와 아기자기한 남해안의 조망, 그리고 마치 화려한 ‘하늘의(天 ) 관(冠)’을 머리에 쓴 듯한 비죽비죽한 정상부의 바위 등으로 유명한 산이다. *위 사진 : 천관산의 억새 아내와 내게 천관산행은 정선 민둥산, 포천 명성산, 홍성 오서산.. 2013. 5. 25.
지난 국토여행기 34 - 은빛 억새를 찾아서 모든 계절은 역동적이다. 새로운 계절은 거대한 해일이나 태풍처럼 강산을 뒤덮으며 숨 가쁘게 밀려온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요지부동의 산도 그 속에서는 매 순간마다 자신이 품고 키우는 온갖 생명들의 싱싱한 숨소리와 계절에 따른 현란한 탈바꿈의 몸짓으로 가득하다. 이제 가을이다. 한 해의 성장과 결실을 마무리 지으며 겨울의 칼바람을 견디기 위한 준비로 부산한 계절은 또 다시 극적인 감동의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가을이 오면 주말마다 바쁘게 지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단풍이 완연해지기 전에 가을바람에 출렁이는 은빛 억새를 눈과 가슴에 담아두고 싶어서이다. 가을이 깊어 누렇게 퇴색한 억새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억새의 모습은 줄기에 아직 푸른빛이 남아 있는 가운데 흰 꽃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 2013.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