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1 야트막한 사랑의 하루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 (CASPER DAVID FRIEDRICH), 「겨울풍경」, 1911년경 사내는 먼길을 걸어왔나 보다. 멀리 성당의 실루엣이 여명 속에서 어슴푸레 보이는 거로 보아 아마 밤을 새워 걸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힘들어 한 걸음도 더 내디딜 수 없었는지 차가운 눈밭 위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목발인 것도 같고 지팡인 것도 같은, 그가 걸으며 의지했을 나무 막대기조차 함부로 눈 위에 던져놓은 채로. 자세히 보면 사내는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초록의 전나무 앞에 십자가도 보인다.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왔으며 어떤 간절함으로 기도를 하는 것일까? 성당의 종소리와 함께 어서 해가 떠올라 사내를 따뜻한 기운으로 감싸주었으면 싶다. 삶은 원래 견디는 것이라지.. 2020. 12.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