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수1 원숭이와 로데오거리 종일 잠에 빠져 누워 게으름에 문 밖을 나가지 않네. 상 위에 던져진 책 더미 이리저리 뒤섞여 짝이 맞지 않네. 화로에는 향 연기 일고 돌솥엔 차 끓는 소리. 몰랐구나, 해당화 꽃잎이 온 산 내린 비에 다 진 줄도 (竟日臥耽睡, 懶慢不出戶. 圖書抛在床, 卷帙亂旁午. 瓦爐起香煙, 石鼎鳴茶乳. 不知海棠花, 落盡千山雨.) -김시습의 「탐수 眈睡」- 자발적 아닌 코로나에 밀린 한가로움이지만 어쨌거나 한가로운 요즈음이다. 무엇보다 활동반경이 단순해졌다. 아내와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테레비젼으로 영화를 보고 끼니를 만드는 일을 반복한다. 일주일에 한번은 손자친구를 보러가는 게 유일한 외출이다. 친구들과 술을 나눈 지도 오래되었다. 카톡으로나 안부를 주고 받을 뿐이다. 덕분에 오래 전부터 미뤄두었던 옛시를 읽기 시.. 2020. 6.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