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2 꽃 아닌 것이 없게 하소서 아내가 다친 상처를 꿰맸던 실밥을 풀었다.늙수그레한 의사는 덤덤한 말투로 '잘 되었다'고 아내를 안심시켜 주었다."축하해!""이게 축하할 일인가?"나의 말에 겸연쩍어하며 아내는 웃었다."오월이니까."나는 괜스레 생뚱맞은 말로 시인 흉내를 내보았다.먼 곳 혹은 특별하거나, 진부한 일상과는 다른 것들에 높은 의미를 부여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그 미망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때로 무료하기까지 한 일상의 담백한 맛을 깨닫곤 한다.봄이 지나가면서 때맞춰 이런저런 꽃들이 피었다가 사라진다. 목련에 개나리, 진달래와 벚꽃이 피는가 싶더니 철쭉이 피고, 지금은 등나무꽃과 정향나무꽃과 붓꽃과 수국과 해당화와 장미가 피었다. 낯선 곳에서 서성이지 않아도 아파트 화단에, 문화회관 앞에, 산책하는 강변과 호숫가에 산.. 2024. 5. 14. 내가 읽은 쉬운 시 14 - 한용운 *위 사진 : 서울 성북동, 일제 강점기에 한용운이 생의 마지막을 보낸 심우장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한용운의 시「님의 침묵」은 어려웠다. 그의 또 다른 시 제목처럼 ‘알 수 없어요’였다. 시와 함께 실린 송욱이라는 분의 해설은 고등학생인 내게 시만큼(시보다) 어려워서 싫었다. 어려움은 한용운의 ‘님’에서 왔다. ‘님’이 포괄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 때문이다. 그것은 학창 시절 우리가 배운 대로 애인일 수도 있고, 조국이나 민족일 수도 있고, 수도자로서 추구하고 있는 절대적인 진리나 깨달음일 수도 있다. 한용운이 글에서 밝혔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긔룬 것은 다 님이다.” 편지와 면회와 휴가를 ‘군자삼락(軍子三樂)’으로 부르던 군대 시절, 시집 『님의 침묵』을 처음으로 읽었다. 근엄한 의미를 젖혀두고 ‘님.. 2014. 5.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