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층 나무 집1 여기도 꾸짖어 주시라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람들과 만나는 약속을 할 때 빼먹지 않고 한 가지 단서를 붙인다. '만약 손자저하를 보러 가야 할 사정이 생기면 이 약속은 급작스레 취소될 수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저하를 보러 가야 할 사정'은 대략 딸아이나 사위가 회사일이 바쁘거나 출장이 잡힐 때, 아니면 저하들이 갑자기 아플 때이다. 어른들의 회사일이야 대부분 예정되어 있어 돌발적인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저하들이 아픈 것은 대개 느닷없이 찾아온다. 게다가 두 저하들은 누구 하나가 아프면 릴레이를 하듯 돌아가며 아프곤 한다. 작년 가을에도 그러더니 이번 연말연시에도 2호가 먼저 열이 나고 가라앉는가 싶더니 뒤이어 1호가 독감을 심하게 앓고 있는 중이다.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저하인지라 웬만한 고열에는 끄떡없이 활기차게.. 2024. 1.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