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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 DASA2

지난 여행기 - 2003발리5 63. 트래킹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내와 딸아이는 아직 잠 속이다. 발리인들은 잠이 들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자는 사람 주변에 머무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는 사람을 갑자기 깨우는 것은 영혼이 다시 몸속으로 회귀하는 시간을 빼앗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믿었다. 나는 발리인들의 믿음처럼 아내와 딸아이의 영혼이 놀랄까 살며시 문을 닫고 나왔다. 걷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비디오가게와 치킨집, 생고기구이에 뼈다귀해장국집이 붙어선 동네 골목길을 낯익은 이웃들과 눈인사를 교환하며 걷는 것도 그렇고, 한강변을 따라 이어진 시멘트 길을 걷는 것도 그렇다. 한적한 바닷가나 툭 터진 사방의 시계를 확보하고 걷는 산 능선에서의 걸음도 행복하다.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이라 하.. 2017. 8. 15.
지난 여행기 - 2001발리3 31. 짠디다사CANDI DASA에 해변은 없다 오래 전 그러니까 딸아이가 국민학교 다닐 적 태안반도의 해수욕장을 찾은 적이 있다. 이름도 예쁜 꽃지 해수욕장이 기억에 남는다. 그 해변에서 바라본 황홀한 일몰. 바다도 하늘도 온통 붉은 빛이었다. 아내와 나는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공경에 뭉클한 감동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TV에서 국제행사를 위해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태안반도의 모습을 보았다. 해안을 따라 도로가 뚫리고 영겁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모래언덕은 숨막히는 콘크리트 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자연이 만든 부드러운 곡선은 효율과 경제만 앞세운 논리 앞에 힘을 잃고 독불장군같은 직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TV는 신발조차 벗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바닷가 모래언덕을 보살.. 2017.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