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멕시코의 몬테레이로 출장 다녀왔다고 하자 한국 본사 동료 하나가
“아! 몬테레이! 거기 청소년 축구가 세계4강에 올랐을 때 경기를 한 곳인데.” 하고 말했다.
대단한 기억력이었다. 83년 당시 박종환감독이 이끄는 우리 청소년 대표팀이 결승의 문턱에서
브라질에게 패한 것은 나도 모르지 않지만 그곳이 몬테레이인 줄은 알지 못했다.
그에게는 못미치지만 한 때 내 기억 속에도 멕시코는 대부분 축구에 관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1970년 저 유명한 펠레를 위시하여 자일징요, 토스탕, 리베리노. 게르손 등이 활약하던
화려한 브라질 축구가 월드컵 3회 우승으로 줄리메컵을 영원히 차지한 곳이고
(생중계가 없던 시절이라 몇 달이나 지난 뒤에 녹화방송을 흑백텔레비전으로 보면서도
얼마나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던가.)
86년엔 우리 대표팀이 ‘태권도축구’로도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를 막지 못해 3:1로
패하면서도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을 뽑아낸 곳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당연히 그런 기억의 중심이 된다.
뒤에 붙은 ‘시티’라는 단어는 타이‘랜드’의 ‘랜드’처럼 당연히 멕시코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외부인들이 자신들의 언어에 맞게 붙여놓은 이름일 것이다.
공식명칭은 "MEXICO D.F.(DISTRITO FEDERAL)"라고 하고 “CIUDAD DE MEXICO”라고도 한다지만,
사람들은, 그리고 거리의 이정표는 그냥 “MEXICO”였고 발음도 멕시코가 아니라 “메히꼬‘였다.
그것이 수도 메히꼬를 일컫는 것인지 나라 메히꼬를 일컫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아무튼 그곳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 샌디에고와 접해있는 티후아나시의 공항에서 3시간 반 정도를 날아가니 인구 2천만 명의
지상 최대의 도시가 내려다 보였다. 월드컵을 개최한 아즈텍 경기장은 수많은 건물들 중에서
확실히 눈에 띄게 도드라져 보였다.
축구경기장 바로 옆에 동그란 아이스크림 모양의 경기장이 보였다.
야구경기장이라기엔 좀 이상한 모양을 가진 그곳은 나중에 호텔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육만 명 정도를 수용하눈 세계 최대의 투우경기 (MONUMENTAL PLAZA DE MEXICO
모뉴멘딸 쁠라사 데 메히꼬)라고 자랑하는 태도가 역력한 말투로 알려주었다.
투우는 언제 열리며 입장료는 대충 얼마 정도가 되느냐고 물었더니 실제로 가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겸연쩍은 미소로 바뀌었다.
폭스바겐에서 나온 딱정벌레 모양의 택시를 타거나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으면
택시강도를 만나기가 십상이라는 충고를 받들어 (길거리에서 아무 택시나 잡아타지
말라는 충고는 그런 대로 이해가 갈만한데 폭스바겐 택시는 왜 그런 것인지 충고자가
설명을 해주지 않아 모르겠다.) 그것을 피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출장을 마쳤다.
그 덕분인지 강도는 만나지 않았다.
마지막 날 티후아나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한 시간쯤
떨어진 곳에 있는 고대 유적지 떼오띠우아깐(TEOTIHUACAN)을 돌아보았다.
기원전 200년 전에 세워져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무렵에는 인구가 무려 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다가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천년의 영화를 접고
몰락하여 홀연히 그리고 완벽하게 사라져버린 고대 도시.
위 사진 : 태양의 피라미드
도시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대로는 ‘죽은 자의 거리’라고 불리며 폭이 45미터 길이는
2KM에 달한다. 거리 북쪽 끝에 ‘달의 광장’과 ‘달의 피라미드’가 있고 동쪽에 ‘태양의
피라미드’가 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한 밑면이 225 미터 높이 70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이다. 사용된 돌의 무게만 무려 300만톤에 달한다고 한다.
남쪽의 언덕엔 께짤꼬아뜰(QUETZALCOATLl)이라는 신전이 있고, 거리 좌우와 신전 주변
으로 거주지의 흔적으로 보이는 건축물의 잔해들이 남아 있다.
*위 사진 ; 죽은 자의거리에서 본 달의 피라미드
*위 사진 : 달의 피라미드에 올라 내려다본 '죽은 자의 거리'와 왼편의 태양의 피라미드
하루 3천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30년 정도는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 계획도시는,
그러나 그에 관한 기록은커녕 문자나 산술 그 어느 것도 전해오는 것이 없다.
흙더미 속에 묻혀 있던 이들을 발견한 것은 수백 년이 지난 뒤의 아즈떼까인들이었다.
그들은 이 도시를 ‘신들의 도시’라고 생각하여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들을 붙였던 것이다.
내게 떼오디우아깐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먼 행성의 우주정거장 같은 느낌이었다.
그들의 신이 미래의 어느 날 새로운 세상을 세우기 위해 온다고 했다던가?
입구에서 결혼한 지 36년이 되었다는 멕시코인 파블로와 그의 부인을 만났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죽은 자의 거리’를 지나 피라미드의 가파른 계단을
서로 이끌고 다독이며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느릿한 그들의 걸음이, 그들이 함께 해온 세월이 그리고 사랑이
옛 유적지에 쌓인 천년의 적요와 아침 햇살 속에 빛나고 있었다.
*위 사진 : 멕시코시티의 새로 지은 공항(II)의 체크인 카운터와 라운지.
*2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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