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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쌘걸100KM (끝)

by 장돌뱅이. 2014. 5. 9.

"쌘걸100KM" 마지막 날.
아침에 아내는 매우 힘들어했다.
어제까지 77킬로미터를 걸었으니 아내로서는 그럴만도 했다.
내가 '착한 신호등'이 되어 줄 차례였다.
"오늘은 그만 쉴까? "
아내는 망설였다. 시작한 일이니 끝을 맺고 싶었을 것이다.
"무리할 필요 없어. 올림픽 금메달이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뭘."  
마침내 아내는 이 날 걷기를 그만 두고 쉬기로 했다.
하루를 쉬자는 것이 이런저런 일로 삼일이나 쉬게 되었다.
가벼워진 몸으로 마지막 20킬로미터 걷기를 나섰다.

아내와 내가 샌디에고에서 가장 많이 걸은 길. 바로 미션베이 파크의 해변이다.
앞선 글에서 여러번 소개했던 곳이라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곳이다.
근처에 잘 알려진 샌디에고 씨월드가 있다. 

미션베이파크에 있는 힐튼 호텔의 부속식당의 이름은 아쿠아(ACQUA)이다.
역시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마지막 걷기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이 날은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간단한 오믈렛과 커피.

그리고 걷기에 나섰다.
많이 와 본 곳이고 걸은 곳이지만 변함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생각은 풍경 속에 원래 있는 것이라 했던가?
아름다운 곳에선 아름다운 생각이 나올 것이다.

미션베이 파크에서 바다를 사이에 둔 작은 섬의 이름은 피에스타 FIESTA 섬이다.
20KM을 채우기 위해선 우리가 자주 걷던 해변길을 왕복하고 - 섬을 한 바퀴 돈 후에 -
다시 해변길의 일부를 조금 더 걸어야 한다. 대충 위 첫 사진 속의 지도와 같다.

20KM을 걷고 난 후 아내는 지난번에 못 걸은 3킬로미터를 마저 채워야 한다고
추가 발걸음을 계속했다. "꼭 그렇게 숙제처럼 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말렸다. 
아내는 연속5일에는 실패했지만 100킬로미터는 채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끝이 났다.
누가 메달을 걸어주는 일도 아니었고
산티아고 길이나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명성이 자자한 길도 아닌
그저 우리가 정한 샌디에고의 평범한 몇 곳의 길이었지만 끝이 나니 성취감은 있었다.
약한 체력으로 나보다 힘든 시간을 참아내야 했던 아내는 이번 걷기의 주인공이었다.
산 정상의 일보 직전에서 힘들게 마지막으로 오르는 후발자를 위해
정상을 밟는 순간을 양보했던 산 사나이를 본 적이 있다.
그는 그것이 배려나 동정이 아닌 더 많은 수고가 필요했던 사람에게 표하는 경의라고 했다.

며칠이 지난 저녁, 아내가 내게 다른 제안을 했다.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10킬로미터를 자주 걷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쌘걸 더하기(PLUS)"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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