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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76 - 반칠환의「새해 첫 기적」

by 장돌뱅이. 2018. 2. 24.


설날이 지나고 학창 시절의 오래된 모임의 회원들과 만났다.
삼사십 년 전처럼 형이니 선배니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 그것은 그냥 습관적인 호칭일 뿐이었다.
학교에 일 이년 먼저 들어가거나 삼 사년 늦게 들어갔다는 것이 관계에 특별하게 작용하지 않을 만큼
우리가 나이들었다는 의미이리라. 
늙어간다는 일은 경계를 지우거나 넓히기도 하지 않던가.

아직 직장에 남아있는 사람도 있고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를 24시간 보다 길게 늘여 사는 나 같은 백수들도 있었다.
모두들 세상의 여기저기서 이렇게저렇게 살아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날며 뛰며 걸으며 기며 그렇게 '기적처럼' 살아갈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한
'무장 해제'의 낄낄거리는 시간은 편안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젊은 한 시절의 우연이자 인연이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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