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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77 - 박철의「그네」

by 장돌뱅이. 2018. 3. 15.


집 근처 한 대학을 산책하다가 마주친 현수막.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아 그래 3월이지!

아득히 사십 년 너머,
특별한 꿈을 담지 않았는데도 근거없는 기대감만으로 가슴이 부풀던 시절.

가끔씩 너무 멀리 떠나와 있다는 새삼스러운 자각에  명치 끝이 아려올 때가 있다.
딛고 선 예각의 발판이 날카롭게 발바닥을 찌르며 중심을 흐트릴 때도 있다.
영화 『박하사탕』 속의 설경구처럼 "나 돌아갈래"라고 외쳐야 할까?
아직 "슬픔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빼앗지 못함"을 쉽게 인정하지도 못하는데.
 

가고 올 것이다
우리가 흔들려 마음의 수(繡)를 놓으니
세상의 온갖 즐거움
아이들의 아우성조차도
가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정작 우리가 내리지 못한 이 여행길
기차는 떠나고 비좁은 완행열차에
울다 지친 아이의 곁에서
눈물로 맹세하지만
후루룩 우동을 말아 먹는 어느 간이역쯤에서
슬픔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빼앗지 못함을 알고
돌아와 다시 매달릴 것이다
그대의 손목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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