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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79 - 기형도의「엄마 걱정」

by 장돌뱅이. 2018. 5. 8.

↑1961년에 그려진 박수근의 그림 "젖 먹이는 아내"사전 드로잉 작품(1958년)


어버이날.
옛날엔 '어머니 날'이었다.
지금은 먼곳에 계신 어머니.

푸른 들,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엎드려 일을 하시던 땀 서린 얼굴.
비 오는 날, 김이 나는 옥수수를 그릇에 담아 내주시던 손.
등불 곁에서 바느질을 하실 때 - 아니 손으로 콩을 까실 때였던가? - 벽에 흔들리던 그림자.
앞마당, 앵두꽃 핀 우물가에서 어머니의 치마자락을 잡고 무슨 일인가로 무던히도 떼를 쓰던 
어린 나의 기억.


그 시절 어머니보다 더 나이가 들었으면서도 '엄마'를 생각하면 여전히 어린 개구장이가 된다.
"엄마!"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옆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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