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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75 - 김승희의「가슴」

by 장돌뱅이. 2018. 2. 14.



TSTORY에서 지난 한 해 내가 이곳 "장돌뱅이와 곱단이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글을 쓰면서
자주 사용한 단어들을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우리, 여행, 사람, 중국, 식당, 음식, 아내, 딸아이, 생각, 바다, 해변, 태국, 그들, 출장......"

우리가 뱉은 말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고 우주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인다고 했다. 
내가 사용한 글 속의 단어들도 인터넷 공간 속에서만이 아니라 그곳에 같이 모여 있으리라 믿는다.
두터운 무게로 쌓인 그것들은 우리의 다음 말을 만들어 내고 또 삶을 규정할 것이다.

예쁘고 따뜻한 말 몇 개만으로 비록 잠시일지언정 '새로운 가슴'이 맥박칠 때가 있다.
일테면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윤동주의 시구절처럼.
"어머님, 나는 별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쓰·짬」「라이넬·마리아·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한 가슴을 가져가고 다시 다른 사람이 들고 오고 한 가슴이 가고 다른 가슴이 오는' 세상.
그 '가슴'을 사랑이라고도 읽어본다.
너무 상투적인 해석일까?
하지만 뭐 '세상의 말 다 지우니 사랑해요'라는 말만 남는다는 노랫말도 있지 않던가.


세상에서 말 한마디 가져가라고
그 말을 고르라고 한다면
'가슴'이라고 고르겠어요,
평생을 가슴으로 살았어요
가슴이 아팠어요
가슴이 부풀었어요
가슴으로 몇 아이 먹였어요
가슴으로 산 사람
가슴이란 말 가져가요
그러면 다른 오는 사람
가슴이란 말 들고 와야겠네요,
한 가슴이 가고 또 한 가슴이 오면
세상은 나날이 그렇게 새로운 가슴이에요
새로운 가슴으로 호흡하고 맥박 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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