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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THE DAY OF "A LOVER'S CONCERTO"

by 장돌뱅이. 2019. 5. 31.


아내와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3일을 연속해서 집 주변을 걸었다.
아내와 걷기는 산책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아니 그보다는 배회라는 것이 알맞을까.
어쩌면 그냥 빈둥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올바른 것도 같다.
어슬렁거림이 더 좋은 것도 같고. 모르겠다. 그 모든 것을 합친 행위라고 해두자.

어떨 때는 큰길을 걷고 어떨 때는 대학 교정을 걷거나 공원을 걷는다.
재래시장의 상점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번잡한 먹자골목을 젊은이들의 물결에 섞여 흐르기도 한다.
강변을 따라 걷기도 한다.

 
지난 화요일은 비가 온 뒷날이라 하늘과 햇빛, 그리고 공기가 모두 맑고 투명했다.
초여름의 초록도 싱싱했고 바람은 더없이 싱그러웠다.
대학교 교정을 지나 공원까지 걸었다. 구석구석을 발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
벤치가 나올 때마다 앉아서 바람에 따라 물결치는 초록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다시 걸었다.

실없는 농담을 던져 아내를 웃게 만든 끝에 가만히 아내의 손을 잡아보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괜히(?) 조금은 신나는 날.
부디 이런 날로 아내와 나의 생을 채울 수 있기를!


푸른 들판 위로 살며시 떨어지는 이 빗방울은 얼마나 부드러운지요
저 높은 나무 위의 새들도 꽃들을 향해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는군요

저기 언덕 위로 걸려있는 무지개의 밝은 빛깔을 보세요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하늘은 신비로운 힘으로 오늘을 만들어주었네요

이제 오늘부터 영원토록 저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저를 포근하게 사랑해 주세요.
제 모든 것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당신 없는 길고 외로운 밤을 보내며 제가 눈물짓지 않게 해주세요
제게 언제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시고 그 모습을 영원히 당신 마음속에 간직해 주세요

언젠가 우린 이 들판을 다시 찾아와
빗속을 거닐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은 품 안에 저를 안고 다시 한번 제게 사랑한다 말해주시겠지요.
당신의 사랑이 진실하기만 하다면 모든 것은 너무나 황홀할 겁니다.
             - SARAH VAUGHAN의 노래「A LOVER'S CONCER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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