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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유월 첫날

by 장돌뱅이. 2019. 6. 2.

딸아이 가족을 초대하여 주말 식사를 함께 했다.
새벽에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축구경기를 보고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는 음식이 나박김치 외엔 없었기에 식사 시간에 맞추려니 서둘러야 했다. 
노노스쿨에서 배운 음식을 메인으로 해서 다른 몇 가지를 더해서 상을 차렸다.


구절판(칠절판).
노노스쿨 에서 1호로 만들었던 추억의(?) 메뉴이다.
여전히 흰 지단과 밀전병은 어려웠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모양새가 나왔다.
오이 돌려깎기도 한결 쉽게 되어 그동안 요리 실력이 늘었다고 혼자 자부를 해보았다.



소고기두릅말이.
EBS의 "최고의 요리비결 한명숙 선생님"편에서 알게 된 것이다.
두릅철이 아니라 아스파라거스로 대체했다.
(사진을 깜빡 잊고 찍지 앉아 지난 번에 찍어둔 것이다.)


달래새우전.
달래를 똬리 모양으로 꼬아 달걀물을 입혀 지지다가 그 위에 역시 달걀물을 적신 새우를 넣어 만든 전.
달래 철이 끝나 참나물로 대체했다. 참나물의 향이 새우와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 마를 갈아서 만든 마전.



가지들깨소스무침.
바로 하루 전에 노노스쿨에서 배운 따끈따끈한 메뉴.
원래는 아몬드를 올리게 되어 있지만 집에 있는 잣을 뿌렸다.

초보의 생각으론 들깨만 들어가면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어진다.


고추장삼겹살과 파채들깨무침.
이건 아내가 인정해주는 나의 시그니쳐메뉴 중의 하나.
극강의 육식파인 딸아이와 사위가 싫어할 리 없다.
근데 맛에 비해 사진이 불분명하게 엉망으로 나왔다.


나박김치.
EBS방송 시 한명숙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김치
"라고 소개를 해주었다.
만들기는 쉽지만 맛은 만만찮다. 시쳇말로 '가성비' 최고의 김치.

그리고 사위가 좋아하는 나만의 된장국을 만들었다.
사위는 내가 만든 된장국을 딸아이의 된장국을 제쳐두고 제일로 친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이까짓' 음식이 아니다. 그리고 딸아이와 사위가 주빈도 아니다.
내게 VIP는 당연히 그리고 언제나 나의 "손자친구"이고 그와 보낸 시간이 최고의 메뉴이다.

오자마자 소파에서 떨어져 한바탕 울고난 친구는 씩씩하게 밥을 먹고
벽에 걸어놓은 아내와 나의 여행기념물을 휘저어 놓은 다음 다시 소파를 오르내리며 놀다간
좋아하는 김밥놀이를 하며 집을 어질러 놓고 난 후 나의 손을 잡고 근처 실내 키즈동산으로가서
마감시간이 다되도록 지친 기색도 없이 뛰어다녔다. 

특히 이번에는 장애물을 통과해야 원통미끄럼틀이 나오는 모험동산에 꽂혀서 함께 수십 번 뺑뺑이를 도는 바람에
나를 거의 탈진 상태로 몰고 갔다. 어린이용 장애물을 몸집 작은 친구는 날다람쥐처럼 빠져나가지만 그럴 수 없는
나는 매번 친구의 구박성 독촉을 감내해야 했다.
(
이 후유증으로 오늘 새벽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의 손흥민의 활약은 비몽사몽의 '몽유도원도'로 보아야 했다.)

그렇게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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