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가을은 비가 참 많다.
호우경보까지 내린 밤, 빗소리가 요란하다.
밤새도록 비내려 푸른 못 물 불으니 (一雨中宵漲綠池 일우중소창록지)
연꽃이며 연잎이 여기저기 들쭉날쭉 (荷花荷葉正參差 하화하엽정참차)
원앙새 꽃 사이로 잠자러 들어가니 (鴛鴦定向花間宿 원앙정향화간숙)
가을바람에 부탁하여 불지 마라 해야지 (分付西風且莫吹 분부서풍차막취)
「우후좌군기시대각 雨後坐軍器寺臺閣」은 "비 온 뒤 군기시의 대각에 앉아"라는 뜻이다.
군기시(軍器寺)는 조선시대 병기와 군대 관련 집물을 만드는 일을 맡았던 관청이다.
비온 뒤 대각에서 내려다 보는 연꽃 핀 연못의 풍경이 한가롭다.
원앙이 수면 위로 미끄러지며 햇살이 맑게 비치고 바람도 잔잔히 불었으리라.
가을바람을 말린다지만 이미 비가 재촉한 가을은 이미 다가와 있을 것이다.
신흠(申欽 1566 – 1628)은 어려서부터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고 한문의 대가로 꼽힌다.
임진왜란 때는 삼도순변사(三道巡邊使) 신립(申砬)을 따라 조령전투에도 참가하였다.
인조 때 벼슬이 영의정에 올랐고 만년에는 자연에 묻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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