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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41 - 백무산의「순결한 분노」

by 장돌뱅이. 2019. 9. 30.

*위 사진 :JTBC 화면  촬영

 27일 토요일 서초동 촛불 집회에 나가자고 아내와 계획을 했다가 못 가고 말았다. 저녁 무렵부터  본격적인 감기 기운에 끙끙거려야 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목이 칼칼하고 콧물이 나오는 걸 별것 아닌 걸로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집회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모였을까 하는 염려스러운 생각에 인터넷을 확인하다가 예상 밖의 큰 인파에 놀라고 미안해졌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후보가 되면서 시작된 검찰의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철저한 압수 수색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피의자 조사 한번 없는 기소도 특이했다법무부장관이기 이전에 한 개인의 영혼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듯한 여론몰이까지두 달여 동안 온 나라를 온통 들썩이게 만든 소란의 결과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간 권력의 비리나 재벌들의 위법 사항그리고 '떡값'을 받거나 성추행 혹은 스폰서에 관련된 검사의 비행을 조사할 때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검찰의 '날램과 치밀함과 성실함'이었다.

꿈을 꾸는 일은 분노하는 일이다
책을 읽는 일은 분노하는 일이다
고요에 드는 일은 분노하는 일이다
노동을 하는 일은 분노하는 일이다
글을 쓰는 일은 분노하는 일이다

소유 욕망의 성냄이 아니다
탐욕에 치미는 화가 아니다

순결한 분노는 사회적 명상이다

이제,
그들이 온다

기사(騎士)들이 온다

- 백무산의 시, 「순결한 분노」-

 

그래도 너흰 아니야

보수의 윤리는 합법에 있다. 그러나 진보의 윤리는 합법에 대한 질문에 있다. 이게 바로 상식적인 사회의 윤리 틀이다. 오늘 한국에서 보수의 윤리는 불법에 머물고 진보의 윤리는 합법을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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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헌트 The Hunt(Jagten)」

한 유치원 교사에게 들씌워진 억울한 추문. 소문은 점차 기정사실화 되고 직장과 친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집에 돌이 날라들고 키우던 애완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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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결한 분노'는 이제 조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검찰을 향한다. 수사의 결과에 따라 '조국사태'인지 '검찰사태'인지 판가름이 나겠지만 어느 쪽이건 그게 끝은 아닐 것이다. 국민 위에 호령하고 군림하려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해체되는 그날까지 촛불은 계속될 것이다.

*위 사진 한겨레신문

간단히, 공수처는 설치되고 그동안 국민들에게 허탈함만 알려주었던 특별수사부는 해체되어야 한다.
제도적 정비와 함께 인적청산이 중요하고 필수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유홍준은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1』에서 노무현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노무현대통령은)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저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만들기를 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임기동안 해낼 네 가지 과제를 세웠습니다.
첫째는 정경유착의 근절입니다. 난 재벌들에게 돈 안 받겠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지방분권입니다. 지방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셋째는 영호남 갈등 해소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야당에 뭐든 양보할 생각입니다.
여기까지는 내 의지대로 하면 되는데 넷째가 어렵습니다. 권력기관 힘을 빼는 겁니다. 이게 잘 안 됩니다.
이때 나는 평소 남들과 대화할 때처럼 의문스러운 부분을 즉시 물었다.
"어디까지가 권력기관입니까?"
(중략) 노대통령은 나를 불경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체 없이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국정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그리고 언론기관입니다. 쉽게 말해서 전화 와서 받았는데 기분 나쁘면 다 권력기관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은 이렇게 감성적이고 솔직 담백한 분이셨다. 그뒤로도 '언론개혁은 언론이 각을 세우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힘들고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 특별 수사처)를 만들려고 하면 검찰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요일 저녁 서초동 반포대로를 메운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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