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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39 - 신흠의 「우후좌군기시대각 雨後坐軍器寺臺閣」

by 장돌뱅이. 2019. 9. 10.


올해 초가을은 비가 참 많다.

호우경보까지 내린 밤, 빗소리가 요란하다.


밤새도록 비내려 푸른 못 물 불으니        (一雨中宵漲綠池 일우중소창록지)
연꽃이며 연잎이 여기저기 들쭉날쭉       (荷花荷葉正參差 하화하엽정참차)
원앙새 꽃 사이로 잠자러 들어가니         (鴛鴦定向花間宿 원앙정향화간숙) 
가을바람에 부탁하여 불지 마라 해야지   (分付西風且莫吹 분부서풍차막취)


「우후좌군기시대각 雨後坐軍器寺臺閣」
은 "비 온 뒤 군기시의 대각에 앉아"라는 뜻이다.
군기시(軍器寺)는 조선시대 병기와 군대 관련 집물을 만드는 일을 맡았던 관청이다.

비온 뒤 대각에서 내려다 보는 연꽃 핀 연못의 풍경이 한가롭다.
원앙이 수면 위로 미끄러지며 햇살이 맑게 비치고 바람도 잔잔히 불었으리라.
가을바람을 말린다지만 이미 비가 재촉한 가을은 이미 다가와 있을 것이다. 

신흠(申欽 1566 1628)은 어려서부터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고 한문의 대가로 꼽힌다.
임진왜란 때는 삼도순변사(三道巡邊使) 신립(申砬)을 따라 조령전투에도 참가하였다.
인조 때 벼슬이 영의정에 올랐고 만년에는 자연에 묻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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