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SK그룹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노노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약 9개월에 걸쳐 한식조리를 메인으로 커피와 차 등 식문화 전반을 다룬 교육은 은퇴 후 받은 교육 중 가장 짜임새 있는 것이었다. 나만큼 (혹은 나보다) 노노스쿨을 더 반긴 것은 아내였다. 은퇴를 하기 전부터 아내에게서 서서히 넘겨받던 부엌일을 노노스쿨에 다니면서는 완전히 나의 '나와바리'로 접수를 하였기 때문이다.
"당신이 직장에서 은퇴를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부엌에서 은퇴를 했다."
아내는 서로의 변화를 그렇게 정리했다.
노노스쿨 졸업생들은 한 달에 한번 모여 학교 주변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활동을 한다. 나는 그동안 손자'저하'를 모셔야 하는 일 이외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주 참석하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더욱 그랬다.
어떤 일을 한 번도 안 한 것과 한 번이라도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일년 내내 '베짱이'로만 남지는 말자는 생각에 올 마지막 도시락 만들기에 참석을 했다. 하도 오래간만이라 좀 겸연쩍기도 했지만 김장김치를 담그고 깍두기와 수육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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