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태국

방콕2023 - 송크란 전야

by 장돌뱅이. 2023. 4. 13.

인천공항 제2청사에 있는 마티나( Matina) 골드라운지 08시 40분.
아내와 맥주잔을 부딪히며 방콕 출정식(?)을 했다. 이쯤 되면 낮술이 아니라 새벽술이다.
마티나 골드라운지는 올 3월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고 안내 직원이 알려주었다. 작년 6월 태국 여행을 할 때만 해도 일반 라운지만 열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재개하게 된 것 같다.
증명이라도 하듯 골드와 일반 라운지  모두 손님들로 북적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했음에도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카오산 지역의 차오프라야 강 가까이 있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국보다 두 시간 늦게 가는 태국 시계라 봄날의 해가 아직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짐을 풀고 숙소 근처에 있는 소고기쌀국숫집 나이쏘이로 갔다.
간판에 식당 이름이 한글로 쓰여 있을 만큼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지 오래된 국숫집이다.
국수와 뽀비야텃(스프링롤) 그리고 레오(LEO) 맥주로 태국의 첫 식사를 했다.
음식 맛이나 식당에 대한 평가 이전에 태국에 왔음을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태국은 4월 13일부터 3일간 송크란 축제 기간이다.
송크란은 태국 전통 설날이다.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된다는 의미도 있다.
여행자에겐 길거리 물싸움으로 유명해졌다. 현지인들과 뒤섞여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어진다.
원래는 과거의 불행을 씻고 앞날의 행복을 의미로 손에 물을 부었던 불교 행사에서 유래되었다지만 지금은 물을 '바께스'로 지나가는 행인에게 퍼붓는다. 그냥 물이 아니라 얼음물이다. 거대한 물총도 등장한다. 행운의 색이라는 흰색의 석회가루(? 밀가루?)를 얼굴에 묻히기도 한다.

송크란 기간 동안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오픈 시간 을 변경하는 듯했다.
길거리 판매대에는 초대형 물총들이 많이 등장해 있었다.

아내는 숙소에서 쉬고 나는 주변 지형을 숙지하고 혼자 저녁 식사 장소를 미리 알아보러 나갔다가 골목 어귀에 포진하고 있는 일군의 청년들에게 물세례를 받았다. "플리즈 노!"라는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물이 퍼부어졌고 이어서 물총 사격이 더해졌다. 축제 전날이라 방심하고 전혀 대비 없이 나갔다가 당한 봉변이었다. 다른 것은 괜찮은데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이 걱정되었다. 서둘러 물기를 털어내고 작동을 해보니 이상은 없었다.

식당 "마담 무써"는 태국 북부요리를 내는 곳이라고 한다.
돼지고기를 여러 향신료와 함께 볶아 칼칼한 매운맛을 내는 랍무(LARB MOO),  토마토소스에 생선(?)을 넣은 찌개인 카놈찐 남양오(KHANONM JEEN NAM-NGEO)에 흰밥과 국수를 더해 먹었다. 수박쥬스(땡모빤)을 곁들이고 후식으로 망고찹쌀밥(카오니아우마무앙)을 먹으니 포만감이 느껴졌다.

랍무
카놈찐 남야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성급히 하루 전날부터 골목길을 장악하고 있는 '스나이퍼'들에게 또 한 번 물세례를 받았다. 한 녀석은 물동이로 퍼부은 것으로 모자라 뒤를 쫓아와 얼음물을 목덜미에 붓기도 했다. 초저녁 때와는 달리 미리 대비를 하고 나가 옷이 젖은 것 이외에 피해는 없었다.
아무래도 내일은 본격적으로 복수전에 나서야겠다.

그렇게 방콕의 하루가 지났다.
앞으로 며칠간은 이곳에서 "온 길 갈 길 죄다 잊어버리고 까맣게 쓰러지고 싶다."

'여행과 사진 > 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콕2023 - 송크란'전투' 2일차  (0) 2023.04.17
방콕2023 - 송크란 시작되다  (0) 2023.04.14
'드디어' 방콕에 가다 9(끝)  (0) 2022.07.08
'드디어' 방콕에 가다 8  (0) 2022.07.08
'드디어' 방콕에 가다 7  (0) 2022.07.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