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반구저기'와 '취모멱자'

by 장돌뱅이. 2023. 11. 30.

* 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其身正而天下歸之(행유부득자  개반구저기  기신정이천하귀지)
(『맹자(孟子)』의 「離婁章句上(이루장구상)」에 나오는 말로 "행동을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자기가 바르면 천하가 그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군자구저기 소인구저인)
(『논어(論語)』의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

* 躬自厚而薄責於人  則遠怨矣 (궁자후이박책어인  즉원원의)
(역시「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온다.
"자책하기를 많이 하고 남을 책하기를 적게 한다면 원망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갑자기 웬 '공맹(孔孟)'이냐고? 최근 국제행사  유치 관련하여 요란했던 뉴스 때문에 구태여 실력에도 닿지않는 어려운 한자를 한번 찾아보았을 뿐이다. 스트레스 받을 때면 어떤 사람들은 평소에 가깝게 하지 않는 매운 음식을 찾아 먹기도 하지 않는가.

장미빛 앞날을 부풀리던 기사들(JTBC뉴스 캡쳐)
완패? 석패? 분패?(JTBC 뉴스 캡쳐)

지난 몇 달 동안 화려한 설레발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보다는 그들 나름으론 진지했던 것 같아 먼저 한심스러워진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일이니 구태여 탓하고 싶지 않다. 허무개그 같은 완패를 굳이 석패라고 하거나 '졌잘싸'라고 하는 데는 '정신승리' 비슷한 위로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고개를 끄덕여보기도 한다. 일이라는 게 항상 잘 될 수는 없으므로.

다만,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아래 기사에서 보듯 걸핏하면 '니 탓이오'를 반복하는 작태에는 '결국··· 이번에도···' 하는 실망조차 진부해지려고 한다. 

여성경제신문 캡쳐

"취모멱자(吹毛覓疵)"라는 말이 있다. 
줄여서 '취멱'이라고 하며, '털 사이를 불어가면서 남의 허물을 억지로 낱낱이 찾아낸다'는 뜻이다.
지난 일이 년
간,  포털에 뜨는 뉴스의 제목만으로도 무슨 말인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정인의 허물을 들춰내는 정도가 아니라 '털 사이를 불어가면서' 억지 허물을 '만들어내려는' 집요함을.
'니 탓이오'의 확장 혹은 심화 버젼이라고 해야 할까? 

'반구저기'와 '취모멱자'.
좋아하지 않는 매운 음식 먹듯 일부러 찾아낸 어려운 사자성어가 들어맞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명숙 선생님 따라하기  (0) 2023.12.02
올해도 내년에도  (0) 2023.12.01
송년회 시작  (0) 2023.11.29
가을무  (0) 2023.11.28
비닐우산  (0) 2023.11.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