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대해 무지한 나는 오래전 반얀트리를 나무보다 동남아의 호텔 이름으로 먼저 알았다.
'Tree'가 들어 있으므로 실재하는 나무 이름일까 하고 사전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반얀트리는 인도 동부가 원산지로 중국 남부, 대만, 동남아 등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걸쳐 자라며 열대 식물 중 가장 큰 수종 중 하나이다. 높이가 20미터 이상까지도 자라며 수명은 200∼300년에 달한다.
이 나무는 매우 특이하게도 가지에서 공중뿌리(Aerial Root)가 내려와 땅에 닿으면 기둥처럼 굳어져 또 하나의 줄기가 된다. 거듭해서 옆으로도 퍼져나가기 때문에 '나무 숲 같은 나무'라고도 불린다.
인도에는 축구장 2∼3배에 달하는 넓이로 자란 반얀트리도 있다고 한다.

반얀트리는 불교와 힌두교에서 보리수와 함께 깨달음, 지혜, 불멸의 상징으로 받들어지고 신이나 정령들의 거처로 여겨 신성시된다. 연전에 힌두교가 대세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오래된 반얀트리 앞에서 한 러시아 여성이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사진을 찍다가 문제가(추방된?) 된 적이 있다.

타이중 여행 중 곳곳에서 반얀트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 여행에서 보다 더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열대지방보다 타이중에 반얀트리가 더 많아서가 아니라(나로서는 알 지 못한다.) 공원이나 교정, 길가 가로수 등 일상적인 공간에 반얀트리가 심어져 있어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자주 만나다 보니 더 오래 들여다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반복되는 '스킨쉽'을 통해서 신령스러운 기운이 은근히 전해오는 것도 같았다.



반얀트리가 아니어도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모든 나무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곤 한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채 꼿꼿이 서서 계절에 따라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반복하는 성실함과 '보고 듣고 알지만 말하지 않는' 담담한 나무의 심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행복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다 말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을 다 평가하지 않는 데 있다고 하지 않던가.
······.
하지만 내 인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요원한 경지다.
백 살 무렵이나 되어야(그때까지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볼 수 있을까?
「나무가 먼저였다」
박노해
나무가 먼저였다
사람보다도
나무가 오래였다
역사보다도
나무가 지켜줬다
군사보다도
나무가 치유했다
의사보다도
나무가 가르쳤다
학자보다도
나무가 안아줬다
혼자일 때도
나무가 내주었다
죽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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