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저하들이 다녀갔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중간 어디쯤에 있는 어'른'이날(?) 덕분이다.
놀이동산을 포기하고 축구를 선택할 정도로 축구에 진심인 손자1호는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를 보며 골을 허용한 수비진의 엉성한(?) 플레이를 불만스럽게 지적했다. 나는 장차 저하가 헛발질을 해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며 그런 저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2호는 늘 그렇듯 소방차에 진심이다. 가방에 장난감을 가득 챙겨 왔다.나는 불이 났다고 전화를 하고 구하러 출동을 한 소방차 로리에게 구함을 당하는 연기에 충실하면 된다.
한 달 전 함께 했던 태국여행 영상을 보는 일도 즐거웠다.
음식을 나누고 틈만 나면 끌어안고 뒹굴고 달리며 놀았다.
아랫층에 층간소음에 사전 양해를 구했고 너그러운 이웃은 괜찮다고 해주었다.
살다보면 더러 겪게 되는 속상한 일들.
그것들이 우리 삶을 좌우하는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행복한 시간도 그만큼 많지 않을까?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어디서 쫓겨온 일가족일까
아파트 단지 높다란 굴뚝 꼭대기
피뢰침 바로 아래 짓다 버린 까치집
언제부턴가 올망졸망 새끼들 딸린
가난한 까치 부부가 세들어 산다
비바람 치고 천둥소리 거친 날이면
보채는 새끼들을 품고 잠든 부부는
스스로 집이 된다 요람이 된다
남루도 때때로 행복이 되는
하늘 가장 가까운
聖家族이 산다
- 임영조, 「성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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