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
제 몸처럼 뜨거운 노을을 가리키고 있네.
도대체 무슨 사연이냐고 묻는 나에게
단풍들은 대답하네
이런 것이 삶이라고.
그냥 이렇게 화르르 사는 일이 삶이라고.
- 조태일,「 단풍」-
아내가 여행을 가고 나 혼자 집을 지키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그래봤자 하룻밤, 1박 2일이니 유난을 떨 건 없지만 책은 자꾸 제자리를 맴돌며 읽게 되고 텔레비전을 켜놔도 집안에 고인 적막은 흔들리지 않았다.
층간소음을 걱정이라도 하듯 걸음도 조용조용 걷게 되었다.
딸아이가 '엄마 없이 보내는 시간이 괜찮아?'라는 전화를 주었다.
'뭐 그냥 그렇지 ㅋㅋ.'
대답을 하면서 속으로는 '심심해!' 하고 엄살을 부렸다.
마침내 돌아온 아내가 실컷 구경했다는 단풍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내가 보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무슨 근자감?"
서로 웃었다.
화르르 단풍처럼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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