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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만 더 먹어보자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22

by 장돌뱅이. 2024. 11. 22.

20년 전쯤 어느 날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다가 뜬금없이 요리책을 한 권 샀다.
왜 그랬는지 특별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요리책이라니? 아내와 딸이 놀랐다.
나는 평소 라면도 제 손으로 끓여먹기 싫어하고 아내가 믹스커피 한 잔만 타달라고 할 때도 밖에 나가 사주겠다고 하는, 부엌 주변을 무슨 위험한 지뢰밭쯤으로 알고 지내던  인사였기 때문이다.

책을 산 것만이 아니라 주말엔 책을 보고 과감히 음식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두부전골이었던가? 반신반의하던 아내가 놀랐고 맛있다는 칭찬까지 해주었다.
아마 고래를 춤추게 하기 위한 아내의 전략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칭찬이었을 것이다.

칭찬에 고무된 나는 두번째 음식으로 돼지고기 수육에 도전을 했다.
요리에 바탕이나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다소 무모한 행보였지만 무식이 부른 용감이었다.
그런데 결과가 형편없었다. 레시피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뭐가 잘못되었는지 질기고 냄새났다.
아내는 도전 정신을  높이 사며 칭찬을 이어갔지만 나는 실망했다.
그리고 '작심 두 번'의 시도를 끝내고 부엌 '전선'에서 후퇴하여 예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시 부엌으로 접근을 한 것은 그로부터 5~6년쯤 뒤, 미국 생활을 하면서였다.
그곳에서 가까이 지내던 이웃 중에  요리를 잘하는 '공공의 적' 남편이 있어 식사 초대를 하면 맛은 물론 플레이팅까지 그럴싸한 음식을 내놓곤 해서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이런 야만적인 행패를 계속하면 관계를 끊겠다."
도리질을 치면서도 그에게 시나브로 물이 들었던지 어느 날부터 나도 부엌에 서기 시작했다.

수모를 안겨주었던 수육에 다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김장김치에 수육은 환상의 궁합이므로.

- 돼지고기(삼겹살) 덩어리 500g을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뺀다.
- 물 10C에 된장 2T, 간장 2T, 청주 1/4C, 양파 1/2개, 대파 1/2대, 마늘 5개, 생강 1쪽, 통후추 1t, 월계수잎 2장을 넣러 끓인다.
- 돼지고기를 넣어 중불에서 50분 정도 삶는다. 25분 정도는 뚜껑을 연다.
- 새우젓 양념(새우젓1T, 맛술 1T, 고춧가루 약간, 깨소금 약간)을 만든다.
- 익은 수육을 적당히 썰어 그릇에 담고 새우젓 양념을 곁들인다.
* 이상 C는 컵(200ml),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절치부심 20년 만의 결과는 아내의 엄지척!
이렇게 간단한데 그때는 왜 실패를 했던 것인지······.
아내와 소주 한 잔을 나누며 나는 나의 '무용담'을 흡족하게 늘어놓았다.

식당표 굴보쌈
식당표 소고기 수육

겨울이 깊어지면 위 사진처럼 생굴을 곁들여 보고 소고기로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사실 수육 만들기는 몇 해전 요리 수업을 다닐 때 배웠고, 독거노인 도시락 만들기 봉사 때도 만들어 본 적이 있어  정확히 20년 만의 설욕(?)은 아니었다. 

도시락 만들기 봉사 때 같은 레시피로 만든 돼지고기 수육

수육은 (돼지고기 건 소고기 건) 삶아 익힌 고기라는 뜻의 숙육(熟肉)으로 쓰는데, 이 숙육이 발음의 편의상 ‘ㄱ’이 탈락해서 수육으로 된 것이다. 이 수육을 얇게 저민 것을 편육(片肉)이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전적인 정의이고, 일반적으로는 얇게 썰어 놓은 것이 수육인 것 맞으나 '편육'이라고 하면 머리 고기와 귀, 껍질 등의 잡육을 가지고 삶아서 젤라틴을 우려낸 뒤 통째로 굳힌 반묵반육을 뜻한다. 참고로 제육볶음 할 때 제육(豬肉)은 돈육(豚肉), 즉 돼지고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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