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고구마, 감자, 달걀 따위를 쪄서 (주로 점심에) 한 끼 식사를 한다.
여름에 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옥수수도 있다.
만들기가 간단해서 좋고 재료 원래의 은근한 맛도 먹을만 해서 좋다.

시절이 시절이라 인터넷에 합성 사진 '네란버거'가 떠돈다고 한다.
햄버거 집에서 군바리 몇 놈이 모여서 내란을 모의한 것을 풍자한 것이다.
달걀을 삶을 때 보통 나는 2개, 아내는 1개 해서 3개를 삶는데 이번엔 나도 '네란'을 삶아 보았다.

전혀 상관없는 감자도 마찬가지 이유로 4개를 삶았다.
감자를 찍어먹고 남은 소금을 '그놈'들에게 뿌리고 싶다.
주술을 신봉하는 'XX'들이라고 하니 보통 사람보다 무서워하거나 모욕감을 더 느낄지 모르겠다.

늙은 호박으로 만든 세 가지 음식
누님이 직접 농사지은 늙은 호박을 보내주었다.
이제까지 작은 단호박과 애호박은 요리를 해봤지만 늙은 호박은 처음이다.
인터넷과 책을 뒤져 뭘 해야 하는지 찾아보아야 했다.

호박죽은 특별히 계량화된 레시피가 필요 없다.
호박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깍둑 썰어 찌고 난 후 적당량의 물과 함께 믹서기에 갈아 끓이다가 역시 적당한 농도가 되게끔 찹쌀가루를 넣고 저으며 끓이면 된다. 나는 식은밥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꿀이나 설탕을 입맛에 맞게 넣는다.
소금 간은 필수다. 간이 맞아야 단맛도 살아난다.

호박전은 겉껍질을 벗긴 호박을 다시 필러로 얇게 벗겨 만들었다. 채를 썰어도 된다.
처음이라 호박 300g에 부침가루와 물, 소금을 적당히 넣은 끈끈한 점도의 반죽을 만들어 부쳤다.
중간 크기의 전이 4장 나왔다. 아내와 둘이서 먹기에 좀 섭섭했다.
앞으로는 한 번에 600g 정도를 만들 생각이다.

된장은 채소와 고기, 생선과 회 등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그냥 날된장에 재료를 찍어 먹어도 좋고, 된장을 푼 물에 여러 재료를 넣어 찌개로 만들어도 좋다.
멸치육수에 된장을 적당히 풀고 호박과 양파, 두부 등속을 썰어 넣어 찌개를 끓였다.

복숭아꽃, 살구꽃처럼
나무 가득 꽃 달지 않고
듬성듬성 꽃 피운다고
흉보는 건 아니지요?
사과나 배처럼
높은 곳에서 열매 맺지 못하고
땅에서 뒹군다고
깔보는 건 아니지요?
자두나 복숭아처럼
조그맣고 예쁜 게 아니라
크고 울퉁불퉁하다고
무시하는 건 아니지요?
내 이름을
늙은 호박이 아닌
잘 익은 호박으로
불러 주세요.
- 이중현, 「늙은 호박」-
늙은 호박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나도 호박처럼 '잘 익으며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호박은 버릴 게 없다. 잎에서 열매 그리고 씨까지, 가히 아낌없이 주는 식물이다.
먼저 잎은 데쳐서 쌈을 싸 먹는다. 아내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아직 한 번도 만들어보진 않았지만 호박잎을 넣은 된장찌개도 있다고 한다.
어린 애호박은 채를 썰거나 반달썰기, 동그랗게 썰기를 하여 전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역시 된장찌개에도 넣어 먹는다. 호박은 또 씨도 먹는다. 고소한 맛이다.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 호박으로선 억울한 표현이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로 억울함을 상쇄했으면 좋겠다.
* 이상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 별도 표기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2인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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