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사통팔달'이다. 어느 단어와도 잘 어울린다.
'이(런) 밥', '저(런) 밥' 하는 식으로 관형어를 앞에 붙여도, '밥은 맛있다'는 물론 '밥은 거룩하다', '밥은 치사하다'처럼 추상적인 서술어를 뒤에 붙여도 말이 된다.
단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로도 그렇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반찬과 국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음식이 아니라 밥과의 조합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물리지 않고 매일 밥을 먹을 수 있다.

다른 음식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채소나 명절 뒤끝의 나물등이 남아 있을 때 한 번에 정리를 하고 싶으면 밥과 함께 비벼서 먹는다. 여기에 고기를 볶거나 육회 상태로 넣기도 한다.
대개 고추장과 참기름, 참깨를 넣어 비빈다. 재료에 따라 고추장 대신 양념간장을 쓸 때도 있다.
송송송 썬 김치를 넣어야지요.
콩나물도 한 젓가락,
생채도 담뿍 한 젓가락,
고추장도 빨갛게 한 스푼.
그러고 그냥 비빌 건가?
쨀끔, 고소한 참기름도 넣어야지요.
부벅부벅부벅-
숟가락을 틀어잡고 비비다가
어차, 먹어 보자 한 숟갈!
오오, 맛있네!
근데 이 맛은 어디서 올까?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서로서로 섞여서
만들어 내는 이 비빔밥 맛은.
- 권영상, 「비빔밥, 이 맛」-
아래 비빔밥은 감자, 애호박, 당근, 양파 등 냉장고 속에 남은 자투리를 이용해 만들었다.
정형화된 레시피는 없다. 그때그때의 재료와 각자에 입맛에 따른 '적당히'가 레시피다.


소고기표고버섯콩나물비빔밥
- 다진 표고버섯 2C과 다진 소고기 1C을 볶다가 조선간장 2S을 넣고 물 1C을 넣어 조린 후
- 데친 콩나물과 함께 따뜻한 밥 위에 올리고 참기름을 넣어 비비면 된다.

아래 음식은 위 비빔밥의 '짝퉁' 버젼이다. 그래도 맛은 대동소이했다.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내는 오히려 더 좋다고 했다.
- 위 레시피 중에서 소고기를 뺀 표고버섯만 조선간장과 물을 넣어 조리고
- 콩나물대신 길게 채 썰어 볶은 새송이버섯을 올리고 참기름을 한두 방울 더했다.
- 표고에 스민 조선간장의 간과 향이 은근하고 개운했다.

멍게비빔밥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봄마다 빼놓지 않고 가는 식당의 음식이다. 머지않아 세상의 혼란스런 일들이 정리되고 난 후 봄맞이 음식인 도다리쑥국과 함께 먹을 날을 기다려본다.

*문어볶음밥
냉장고 속에 있는 문어 다리를 썰어 만들었다. 아내가 좋아했다.
- 삶은 문어 250g은 적당한 크기, 양파 100g와 당근 30g은 0.5cm*0.5cm 크기로, 대파 30cm은 송송 썬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 1T를 넣어 살짝 볶다가 양파 당근 대파를 넣고 볶는다.
- 문어와 양념(간장 1T, 맛술 1T, 토마토케첩 1T, 올리고당 1T, 고추장 1.5T, 참기름 2t, 후춧가루)을 넣고 볶다가 밥 300g을 넣고 볶는다.

*파인애플볶음밥
태국에 처음 갔을 때 파인애플 속에 볶음밥이 담겨나와 놀란 적이 있다.
태국말로 "카오옵 사파롯"이라고 했다.
설날에 과일샐러드를 만들고 남은 파인애플이 있어 그 볶음밥을 흉내내 보았다.
- 통조림 파인애플 링 3개를 작게 썰고 대파는 송송 썰어 1C, (칵테일)새우 1C를 준비한다.
- 달군 팬에 식용유 1C를 두르고 달걀 2개를 풀어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든다.
- 달걀이 반쯤 익으면 새우와 대파를 넣고 함께 볶다가 밥 300g을 넣고 함께 볶는다.
- 파인애플과 굴소스 1C를 넣고 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후추와 볶은 땅콩(1/2C)을 넣는다.

*볶음밥의 대표, 김치볶음밥
- 김치 200g을 쫑쫑 썰고 양파 50g은 잘게 다진다. 베이컨이나 햄(50g)도 잘게 썬다.
- 달군 팬에 버터 1T을 올려 녹인 후 김치, 양파, 베이컨을 넣고 볶는다.
- 양념(김치국물 1/2C, 고추장 1T, 고춧가루 1t, 올리고당 1t)을 넣고 1분간 더 볶는다.
- 밥 300g을 넣고 볶다가 불을 끄고 참기름과 통깨, 조미김 1장을 잘게 부숴 넣고 섞는다.
- 달걀프라이를 위에 올려도 좋다.

* 이상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 별도 표기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2인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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