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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만 더 먹어보자

한 술만 더 먹어보자 30

by 장돌뱅이. 2025. 2. 24.

옛날부터 왕과 왕실의 무덤에는 명복을 비는 원찰(願刹)을 지었다.
왕을 모시는 경우에는 능침사(陵寢寺)라고 불렀다. 나중에는 이를 조포사(造泡寺)라고도 했는데,  조포사는 말 그대로 두부(泡)를 만든다는 뜻이다.

경기도 영녕릉의 신륵사, 경기도 광릉의 봉선사, 서울 선정릉의 봉은사 등이 그렇다.
제사에 쓰는 많은 제수용품 중에서 특히 두부를 대표로 들어 이름을 지은 것에서 두부가 우리 전통 (제사) 음식에서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사찰은 자연스레 두부 문화를 선도하게 되었고 오직 두부를 먹기 위해 사찰을 찾는 양반들도 있었다고 한다. 

고려 말 사람인 목은 이색은 『목은시고(牧隱詩稿)』에  두부에 관한 시를 남겼다.

나물국에 오래 맛을 못 느끼더니 / 두부가 삼박하게 맛을 돋우네/이(齒) 성근이가 먹기 좋고 / 늙은 몸 양생에 더욱 좋다/물고기 순채는 남쪽 월나라가 으뜸이고 / 양락(羊酪)은 북쪽 되놈 것이 으뜸이라면/우리 땅에서는 두부가 으뜸이라

두부를 생각하면 부드러운 식감과 순한 맛이 생각난다.
나이가 드니 이가 시원찮은 늙은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이색의 말에 눈이 가기도 한다. 
또한 두부는 다른 어떤 재료나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요리할 때 만지는 촉감도 부드럽다.
시인 서윤구가 두부를 '비폭력 무저항주의자'라고 했다. 과연 그렇다.

두부를 보면  
비폭력 무저항주의자 같다.  
칼을 드는 순간  
순순히 목을 내밀 듯 담담하게 칼을 받는다.
몸속 깊이 칼을 받고서도  
피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칼을 받는 순간, 죽음이 얼마나 부드럽고 감미로운지  
칼이 두부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두부가 칼을 온몸으로 감싸 안는 것 같다  
저를 다 내어주며  
칼을 든 나를 용서하는 것 같다.  
물어야 할 죄목조차 묻지 않는 것 같다.
매번 칼을 들어야 하는 나는  
매번 가해자가 되어 두부를 자른다.
원망 한번 하지 않는 박애주의자를  
저항 한번 하지 않는 평화주의자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뭉텅뭉텅 두부의 주검을 토막 내어  
찌개처럼 끓여도 먹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도 먹는다.  

허기진 뱃속을 달래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 서윤구, 「두부」-

나는 냉장고 안에 두부 한 모는 늘 준비해 둔다. 아내와 내가 두부를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두부 한 모만 있으면 구이, 볶음, 조림, 찌개, 샐러드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두부구이
두부구이와 숙주나물볶음
두부김볶음
두부김치
두부조림
된장찌개
소고기고추장찌개
두부구이덮밥
두부버섯샐러드

두부참치두루치기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본 두부음식이다. 

- 두부 한 모는 깍둑썰기를 하고 참치 통조림 한 개는 기름을 빼서 준비한다.
- 양파 1/2개는 채를 썰고, 풋고추와 홍고추 1개씩 그리고 대파 1/2대는 어슷썬다.
-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두부를 노릇하게 지지다가 참치, 양파, 고추, 대파를 넣고 볶는다.
- 양념(간장 3T, 물 2/3C, 고춧가루·물엿·참기름·다진 마늘 각 1T씩, 고추장 1/2T, 생강즙 1t, 후춧가루 약간)을 넣고 약한 불에서 조린다.

두부참치두루치기

* 이상 2인분, 기준 C는 컵(200ml), S는 밥숟가락, T는 큰술(테이블 스푼), t는 작은 술(티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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