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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2010 연말여행(끝) - METEOR CRATER

by 장돌뱅이. 2013. 2. 15.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행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헐리우드 영화가 몇 편 있었다. 영화 속에서는 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로케트가 쏘아 올려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람들이 직접 그 혜성에
착륙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루스윌리스’ 같은 영화 속 영웅들이 없던 그 옛날,
지구는 얌전히(?) 그 재앙의 날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아리조나의 교통 요지 중의 한 곳인 플래그스태프에서 멀지 않은
40번 도로 옆에는 우주에서 날아든 거대한 운석이 충돌한 흔적이
동그란 분화구의 형태로 남아 있다.

5만 년 전 길이 50 미터 정도의 운석이 초당 13 미터 정도의 속도로
지표면과충돌하여 직경 1200미터, 깊이 173미터의 동그란 웅덩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주변의 평지보다 웅덩이의 둘레는 50미터 가량 솟아있다.

영화 속 행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크기지만 충돌 당시 위력은
1945년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50배에 달했다. 운석의 반은 대기권을 지나며
소실되었고 지표면과 충돌하면서 나머지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고 한다.

처음 이 분화구는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인식 되었다.
바링거 D.M. BARRINGER 라는 광산 기술자는 1903년 이곳이 운석의 충돌로
만들어진 분화구라고 주장하였으나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 분화구를 매입하여 26년 동안 시추작업을 계속하였으나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지 못하고 1929년에 죽었다.
1960년에서야 이곳에서 충돌의 경우에만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어
그의 주장은 비로소 인정을 받게 되었다. 지금도 이곳은 개인소유지이다.
15불의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야한다.

분화구 둘레의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에 올랐다. 세월은 5만 년 전의
격렬했던 충돌을 잠재우고 분화구 속엔 다만 맑은 바람이 머물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만으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변화 시키고 정리한다.

아내와 나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인 분화구를 떠나 집으로 향했다.
어느 덧 또 한해가 저물었다.
한해의 기억들을 갈무리 할 때다. 아직 수습되지 않는 감정으로 남아 있는
어떤 기억들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시간 속에서 다듬어질 것이다.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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