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나의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여니 주홍빛 아침 노을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노을을 보면 이 한세상 결코 미워할 수 없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노을이 감동스러운 것은 관계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며
늘 거기에 있는 것들의 드러남이기 때문이다.
잠시 머물다갈 지라도 그런 것들은 강인하다.
덧없이 스러지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조식을 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직 어둑한 기운이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흔히 줄여서 모뉴멘트밸리로 부른다.
북쪽으로 한 네 시간 정도를 가야한다.
*위 사진 : 2008년의 모뉴멘트밸리
2008년에 나는 아내와 이곳을 지나친 적이 있다.
그때 아치스공원과 캐년랜드 등을 돌아오면서 모뉴멘트밸리의 북동쪽에서 접근을 했다.
그리고 여행기에 이렇게 적었다.
"나바호족도 1846년 뉴멕시코주가 미국영토로 편입되면서 불행한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숱한 전투 끝에 패망한 나바호족은 8천5백명의 포로가 되어 3백마일 이상
떨어진 뉴멕시코주의 SUMNER 요새까지 끌려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미국정부는 세 가지 선택권을 제안했다.
첫째는 동부지역의 기름진 강가에 사는 것, 둘째는 SUMNER 근처에 사는 것.
그리고 셋째는 지금까지 살아온 그 메마른 사막 으로 돌아가는 것. 나바호 인디언들은
주저 없이 그들이 살아온 ‘숭고한 성지’인 황무지를 삶의 근거지로 선택했다.
지금은 약 17만명의 인구가 자치구역 내에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163번 도로를 따라 모뉴벤트 밸리의 북동쪽 진입로를 따라 들어섰다.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들어서는 길에 바람은 여전히 드세게 불었다. 길가에 버려진 듯한
허름한 가건물들이 보여 들어가 보니 기념품점으로 쓰던 곳이었다. 가게 모퉁이에 성조기가
찢어진 채로 흩날리며 을씨년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이 황폐해 보이는 곳에서 나바호족의 후예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영화 속에 나오는 멋진 경관의 바위가 늘어선 도로를 벗어나 인가와 곡식을 가꾼 들판이
있는 길로 접어들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았는데, 난데없이 차 하나가 다가왔다.
운전대를 잡은 의 중년의 인디언 아줌마가 이곳은 방문객들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니
나가달라고 공손하나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관광 지역을 벗어나 인디언 주거지역으로
들어갔던 것이었다.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자 그녀는 앞장서 나의 차를 인도했다.
머쓱해진 우리는 그 차를 따라 나오는 김에 아예 모뉴멘트밸리 자체를 벗어나 버렸다."
*위 사진 : 아래 사진은 존포드감독이 1938년에 모뉴멘트밸리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역마차"의 장면
이번에는 남쪽에서 아리조나와 유타주의 경계를 넘어 들어갔다.
비지터 센터 앞에서 내려다보니 영화 속에서 많이 보았던 붉은 바위들이 밸리가 아닌 평지 위에
거대한 말뚝처럼 우뚝 서있었다. 오래 세월동안 콜로라도 평원 COLORADO PLATEAU을 침식하여
만든 자연의 솜씨라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 오면 누구나 가는 밸리 드라이브 VALLEY DRIVE로 차를 몰았다.
밸리드라이브는 모뉴멘트밸리의 이름난 바위들을 먼발치에서나마 보며 한 시간 반 정도를
돌아볼 수 있는 비포장의 흙길이다. 바위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인디언의 안내를 받는 투어를
신청해야 한다. 밸리드라이브만으로도 흡족한 감상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다시 이곳에 오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반나절 정도의 투어를
하기로 했다. 다만 그때는 공원의 진입을 이전처럼 북동쪽에서 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햇빛이
역광이 아닌 순광으로 비치는 아침나절에. 아내가 2년 전 그 길로 들어올 때 보았던 풍경을 매우
인상 깊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친 황무지 위에 솟은 거대한 바위군상.
그곳에 스민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아픈 역사.
사람들은 모뉴멘트밸리에서 바위산의 육중함보다는 애잔한 기운을 느낀다고 말을 하곤 한다.
인간의 사연과 관계하여 시간으로 깊어지면 자연도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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