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으로 가는 길에 카지노에서는 여전히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그 중의 한 놈과 다시 한 판 ‘맞짱을 떠 볼’ 생각이 일기도 했지만
안하는 만큼 버는 것이라는 아내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위 사진 : 아침을 먹은 아리아호텔내 VETTRO 카페
아침을 먹고 세도나 SEDONA를 향해 출발했다.
원래는 메테오르 분화구 METEOR CRATER - 캐년드세이 CANYON DE CHELLY
- 모뉴멘트밸리 MONUMENT VALLEY - 세도나 순으로 돌려고 했는데,
분화구가 일 년에 딱 하루 크리스마스에만 문을 닫는다고 하여 정반대의 일정으로
급변경을 했다. 세도나 역시 3년 전에 다녀간 곳이다. 그때 시간 관계상 오르지
못하고 중턱에서 구경만 하고 돌아왔던 벨락 BELL ROCK을 이번에 오르기로 했다.
후버댐을 지나 만나는 40번 도로는 점차 고도가 높아지는 듯 기온이 점점 내려갔다.
먼발치의 산에 흰 눈이 보였다.
붉은 바위의 도시 세도나.
신은 위대한 그랜드캐년을 만들었지만 정작 거처는 세도나로 삼았다고 하던가.
도시를 옹벽처럼 둘러싼 그 바위들에서 지구의 에너지인 기가 넘쳐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범상한 기운이 실제로 느껴지기도 한다던데 둔한 나는
그저 남다른 풍경만 느껴질 뿐이다. 하긴 아름다운 풍경도 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만드는 에너지원이 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기(氣)라면 기로 생각할 수 있겠다.
WHETHER YOU ARE A MYSTIC OR JUST INTERESTED IN MAJESTIC SURROUNDINGS,
THERE IS SOMETHING FOR EVERYONE IN MAGICAL SEDONA.
벨록으로 오르는 길에 내려오는 백인 할아버지 두 분을 만났다.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6시간쯤 걸린다는 농담을 했다.
아내와 내가 깜짝 놀라니 웃으면서 왕복 3시간이라고 정정을 해주었다.
3시간? 그것도 농담인 줄 알았더니 경사가 급해 그 정도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해가 지고나면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지니 조심하라고 일러주기까지 했다.
3시간이라면 해 질 때까지 내려오기가 빠듯한 시간이었다. 은근히 걱정을 하였지만
실제로는 한 3-40분만에 오를 수 있었다. 3시간은 아마 할아버지의 걸음을 기준으로
한 시간이었으리라. 하지만 다음에 날 좋은 날 이곳에 온다면 천천히 벨록을 오르며
한 3시간쯤 이곳에 머물러도 좋겠단 생각을 해보았다.
벨록을 나와 홀리크로스 성당 HOLY CROSS CHAPEL로 갔다.
천주교 신자로서 크리스마스 날이니 성당에 가서 기도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성당은 오후 5시까지만 문을 연다고 되어 있었다. 대문엔 무단침입 금지라는
별도의 팻말이 큼지막하게 붙어있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날에는 아예 문을 닫는다는
안내판은 좀 황당해 보였다. 우리는 성당을 바라보며 성호를 긋고 돌아서야 했다.
나중에 한국의 딸아이에게 이 말을 전하니 딸아이는 간단히 “미국답네.” 라고 했다.
딸아이에게 '미국다운'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날 미국은 거의
모든 곳이 문을 닫는 것 같았다. 분화구가 그렇고 성당이 그렇고 세도나 숙소 앞의
상점들이 그랬다. 숙소를 잡고 길 건너 편 상점가에서 기념품이라도 살까 하여 건너가
보았더니 불만 밝혀놓은 채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파장의 썰렁한 거리를 걸어 숙소롤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인사를 나누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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