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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2010 연말여행 - DEATH VALLEY1

by 장돌뱅이. 2013. 2. 10.

바스토우 BARSTOW.
샌디에고를 떠난 지 세 시간여. 라스베가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데스벨리 DEATH VALLEY 로 들어가기 전 자동차의 연료를 보충하고
점심을 겸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점심 메뉴는 인앤아웃 IN & OUT 의 햄버거로 하기로 했다.
원래 햄버거는 아내의 취향이 아니지만 미국에 온 지 3년이 되면서
아내는 그럭저럭 선별적으로 햄버거를 받아들인다.
시간과 환경이 만들어내는 익숙함이기도 하고, 인앤아웃이 지닌
기존의 맥도널드와는 다른 맛 때문이기도 하다. 미세하달 수도 있는 그 맛의
차별성으로 인앤아웃은 미 서부 햄버거 업계의 강자가 된 것 같다.
그런 명성에 맞게 바스토우의 인앤아웃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투고 TO GO'(테이크아웃)를 해가지고 나와
차 안에서 먹었다.  

 

바스토우는 사막의 도로 옆에 대형아울렛 상가가 있어 15번 프리웨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아예 이곳만을 목표로 로스엔젤레스에서
관광버스로 오기도 한단다. 아울렛 때문에 생겨난 식당과 주유소를 제외하면
바스토우 주변은 광활한 사막이다. 원래부터 투명하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햇살이지만 지난 며칠 동안 예상보다 많이 내린 겨울비에 깨끗하게 씻어진
햇살에 사막은 황량하기보다는 눈부시게 화사해 보였다. 휴가가 시작되는
부푼 감정이 더해진 탓이기도 할 것이다.  

 

연말에 주어지는 2주의 휴가는 이곳 생활의 매력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직장 생활에서는 좀처럼 주어질 수 없는 방식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여행은 이전에 가본 곳을 위주로 하여 미 서부를 돌아보기로 했다.
사실 ‘가본 곳’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것은
물과 더불어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낡고 진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한다. 시간 속에서 모든 풍경은 반복된 풍경이 아니다.
우리는 같은 풍경과 두 번 만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곳은 시간 속에서 새롭다.  

데쓰벨리 DEATH VALLEY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가 만나는 접경지대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광활한 사막이다. 베이커 BAKER에서 15번 프리웨이에서
벗어나 127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도로 곳곳에 고여 있는 물웅덩이가 자주 보였다.
쇠락해 보이는 작은 마을 쇼숀 SHOSHONE을 28마일(45키로미터)를 지나니
데쓰벨리의 심층부를 지나는 190번 도로가 나온다. 샌디에고의 집을 떠난지
6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데쓰벨리의 관문에 들어선 것이다. 

데쓰밸리.
묵직한 중량감을 지닌 ‘죽음의 계곡’이란 이름은 혹독한 자연환경과
그 깊은 황량함에서 기인한다. 데쓰벨리의 특징은 가뭄과 더위이다.
1년 평균 강우량이 2인치 미만에 한 여름의 숨을 쉬기조차 힘드는 더위
- 1913년 7월에는 56.7도라는 놀라운 더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곳에 1000종이 넘는 식물과 동물이 살고 있다.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생명체의 모습은 경이로움이자
감동이 된다. 인간만이 유독 너무 호들갑을 떨며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무인포스트에서 20불의 입장료를 내고 데스벨리에 들어섰다.
고도 1700미터의 단테스 전망대 DANTES VIEW 에 오르기 위해 갈짓자의 돌로를
따라 능선을 올랐다. 단테스 전망대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3천 미터에 달하는
준봉들과 마주하고 있다. 계곡의 바닥은 배드워터 BAD WATER BASIN으로 불리는
고도가 해수면보다도 낮은 지역이다. 단테스 전망대는 아침에 오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오후가 되면 역광으로 비쳐드는 햇살이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올라보니 구름을 발 아래 두고 펼쳐진 오후의 전망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짧은 겨울해는 급속히 기울었다. 전망대를 내려와 다시 190번 도로로
숙소인 FURNACE CREEK RANCH으로 향하니 벌써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숙소에서는 직원들이 크리스마스 가장 행렬로 즐거운 명절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완벽한 분장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런 서툰 모습을 준비하는 어른들의
‘아이들 되기’는 보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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