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나무들의 봄날 약속은
다 같이 초록 잎을 피워 내는 것
숲 속 나무들의 여름 약속은
다 같이 우쭐우쭐 키가 크는 것
숲 속 나무들의 가을 약속은
다 같이 곱게 곱게 단풍 드는 것
숲 속 나무들의 겨울 약속은
다 같이 눈보라를 견뎌 내는 것
-김명수의 동시, 「나무들의 약속」-
다툼 뒤에 오는 화해의 감미로움을 생각하면
부부싸움도 가끔씩 해 볼만(?) 한 거 아닌가......
휴일 오후 아내와 걸었던 강변 서울숲의 숲길이
유난스레 따스했던 것은
구태여 말은 하지 않았어도
위 동시 속의 나무들과 비슷한 무언가를
지난 번 다툼 뒤끝처럼
서로 마음 속에서
마구 약속하고 있었던 탓일 게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더욱 우람해질 나무를 닮기 위해.
(2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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