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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생명평화미사

by 장돌뱅이. 2013. 7. 12.

 

명동성당 입구에서는 매일 저녁 7시30분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주관하는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미사가 열리고 있다.
4월 26일부터 시작된 이 미사는 전국 15개 교구가 번갈아 주최하며
이명박정부의 4대강사업이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계속될 예정이다.
(5월10일 오후2시에는 명동성당 본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과 물질·개발 중심적
가치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명동성당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미사가 열리는 것은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비가 내리던 첫날미사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세워진 기도천막은
'윗분들이 보내서 어쩔 수 없다'는 카톨릭회관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철거되었고
선관위는 '성당에 4대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나 홍보물을 내놓으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근엄한 유권해석에 더하여 '천주교신자만을 대상으로 하라'는 '촌철살인의 교지'를
내리는 등 사회 곳곳의 자상한(?) 배려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천주교신자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되는 것인지, 아직 세례를 받지 못한 예비신자들은
신자에 포함되는지 아닌지, 선관위에 좀더 자세한 내용을 묻고 싶었지만, 공사다망하신
분들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고 천만다행으로 샌디에고 한인성당이 '보증하는' 세례명을
받은 바 있는 아내와 나는 신부님들의 수고를 불법집회로 만들 소지가 전혀 없기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참석하기로 했다.) 

아내와 내가 참석하기 하루 전날, 같은 장소에서는 몇몇 단체가 '4대강 사업 지지 및
천주교 연대 규탄'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라이트코리아라는 단체의  
봉태홍 대표는 "신부가 하천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나서냐"고 하며
"뇌구조가 어떻게 생기셨길래 그러냐"고도 했다고 한다.
그는 선관위의 지시를 들어 신부들의 선거법을 위반을 꼬집었다.
생뚱맞게  그들은 4대강과는 상관없는 제주도 해군기지나 평택 미군기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도 신부들이 나섰음을 이야기 하며
"정의구현사제단, 평양서 기다리고 있다"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그들은 회견문에서 4대강 사업을 "미룰 수 없는 치수 사업"이라면서
"국토 발전과 경제 부훙의 밑거름이 될 녹색성장의 다목적 사업으로
4대강 물길 따라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견문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은 '하천에 대해 알만큼 아는 뇌구조의' 사람들인 것 같다.
이와 관련 그의 이력을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내세우는 선관위의 지침에 따르면
(그리고 그가 회견에 말했듯이) 4대강에 대한 지지도 위법이다^^.

 

찬성도 반대도 위법인 사업
서울, 부산, 대전, 전주에서 4대강 저지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사업.
그래도 공사는 진행 중인 사업.

문제는 적절한 과학적 검토의 절차와 사회적 합의 없이
사업을 강행을 하는 통치자의 독단적 일방통행에 있다.
(이점에 관해서는 유엔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국민 누구나 정부의 시책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백과사전이 아닌지라 모든 문제에 능통할 수 없다.
우리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전문가도 일반인도 자신들의 가치관과 상식과 지식에 따라
다양한 견해를 개진하고 받아들이고 만들어낸다.
다양함은 인간사회의 근본적인 속성이다. 그 다양함을 하나의 사회적 합의로
도출해내는 최적의 방식을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아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개인적인 덕성이지만
아는 사람만 말하라고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오만과 독단의 표현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물을 관리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강은 생명과 문명과 통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이기에 각계각층의 여러 의견을을 몸을 낮추어
경청하는 겸손함과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끝내야 하는 일이라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은 전문 지식 이전의 상식의 선에서 보더라도 그 진정성이 약해보인다.  
4대강사업(공식 명칭은 4대강 살리기)은 그 뿌리가 이명박정권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있다.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계획은 2008년 6월 격앙된 국민감정을 달래기 위해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12월 발표되었던 4대강 정비사업이 어영부영  2009년 4월
이른 바 '4대강 살리기'로 명칭을 바꾸면서 무늬만 바꾼 '대운하 사업'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현재 4대강에 세워지고 있는 16개의 수중보의 위치는 대운하계획의 갑문 위치와
일치하며, 보의 높이도 정비 계획의 1-2미터에서 대운하에 필요한 10미터로 바꾸었고
(지점에 따라 4-13미터, 낙동강댐은 거의 10미터 이상으로 이는 국제적으로
보가 아니라 댐에 가깝다.) 수심은 7.4미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판단된다.
(메모리 용량이 '2MB'라서 그런지 올 대구시청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낙동강도
뚫려 대구는 내륙이 아니라 항구'라고 말함으로써 4대강 사업이 위장 운하사업임을
스스로 폭로한 바 있다.)

보로 인해 높아진 강 수위는 홍수의 대책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침수의 위험이 증가하며
강물은 보에 갇혀 고이게 되고 고인 물은 썩게 된다. 또한 느려진 유속으로 퇴적물이
쌓이게 되고 이는 수질 악화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34만 명에 달한다는 일자리 창출 또한 과장된 것이다. 공사비가22조원으로 4대강 사업과
비슷한 판교 신도시의 경우 불과 2만 명 내외가 3년 정도 일했을 뿐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은 사업 특성상 주로 중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1만개 일자리도 힘들다고 한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은  거짓을 바탕으로 탄생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이명박식 대국민
기만책인 것이다. 

 

미사 중에 사제단은 오늘의 기도가 '4대강 사업의 반대'만를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이번에 4대강 사업을 저지한다고 해도 물질과 개발만능, 자연과 생명경시의
가치관을 버리지 않는한 이런 만행은 형태와 장소를 달리하여 또 나올 수 있는 것이기에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우선한다고 했다.
미사의 마지막에 우리는 모두 "4대강을 위한 기도"를 소리내어 읽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과 더불어 모든 생명이
   살아가게 하신 하느님

   지금 온 나라 곳곳에서
   강과 자연이 파괴되어
   숱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죽음을 낳는다는 성경 말씀처럼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개발세력에게서
   엄청난 탐욕과 교만과 죄악을 봅니다.

   저들은 대다수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권력을 앞세워 진실을 왜곡하고 법을 어기면서
   엄청난 세금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국민과 하느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아름다운 산하와 생명을 파괴하는 일을 멈추게 하소서.
   또한 우리가 우리 안의 욕심을 이기고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지키게 하소서.
   아멘. 

 

미사를 마치고 우리는 촛불을 들고 성모상 앞까지 행진을 했다.
그리고 묵주기도를 마지막으로 집회를 마쳤다.

*4대강 사업세부내용은 대한하천학회에서 발행한 "강은 흘러야 한다"를 참고 하였음.

(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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