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잘 아는 아내에게선
솔직히 자주 '밴댕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나의 속내를 잘 모르는 사람들 한테선
그다지 옹졸하다는 평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착각?)하며 사는데,
내가 절대적으로 옹졸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 축구이다.
야구와 배구, 또는 권투등 다른 경기의 경우는
설혹 일본에게 지더라도 뭐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게
운동 경기지 하고 비교적 크게 흥분을 하지 않는다.
접전을 벌이면 재미있어 하며 압승은 서로의 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는 식으로 대범한 척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축구의 경우는 그게 잘 안된다.
일본과의 축구 경기는 절대 져서는 안되고
내용도 항상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
일방적인 경기일수록 맥이 빠지는 게 아니라 재미가 난다.
최근 일본과 한국 축구의 비약적인 발전이
양국의 실력이 비슷해지면서 생겨난 결과라는 것을
생각해보면서도 감정의 억제가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 축구는 다른 나라와 해서도 늘 져야 한다.
중국이나 중동의 국가들이 월드컵에 나가면
아시아의 대표라는 지역적 연고로 응원을 하게 되는데
일본만큼은 그게 안된다. 무조건 져야 한다.
그것도 열등감의 일종이라고 핀잔을 주던 아내는 시나브로
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요즈음은 나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딸아이도 닮아가고 있다.
우리 옆집에 하라라는 일본인이 산다.
월드컵 카메룬과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출근 길에
주차장에서 그와 마주치게 되었다.
"일본팀에게 행운이 있기를!"
그에게 아침 인사와 덕담을 건넸다.
'결코 그러면 안되지...' 하는 속마음을 감추면서.
그리고 아내와 전화와 메일로 '멍청한 놈들 같으니라구' 하며
게임에서 진 카메룬과 에투를 원망했다.
내일 덴마크와 일본이 16강 진출을 걸고 일전을 벌인다.
인터넷을 떠도는 한 예상이 나의 생각과 일치한다.
"일본이 2골을 넣고 덴마크가 1골을 넣을 것이다."
.
.
.
.
.
"그래서 일본이 3:0으로 질 것이다."^^
사요나라-!
(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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