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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캄보디아

2003 캄보디아 여행기 7. - 앙코르 사원군1

by 장돌뱅이. 2012. 4. 7.


* 위 사진 : 프놈펜에서 시엠리엡 갈 때 타고간 시엠리엡에어 비행기 

앙코르 왓은 시엠리엡에 있는 한 사원의 이름이다.
동시에 그것은 시엠리엡의 주변의 방대한 지역에 걸쳐 흩어져있는 모든 사원을
지칭하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앙코르 왓을 보러간다고 할 때 그것은
대체로 8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시엠리엡 지역에 세워진 엄청난 사원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말이 된다. 

이번 앙코르 왓 순례도 그 ‘대명사’ 방식으로 보기로 했다.
개개의 사원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전체를 하나의 앙코르왓으로 보기로 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개개의 세워진 시기나 세운 사람의 구분 따위는 무의미한 것으로 제쳐 두었다.

내가 그나마 앙코르 왓 순례를 위해 준비를 한 것은 시엠리엡의 숙소에 도착하여
2박3일동안 돌아보고자 하는 사원들의 이름을 종이에 날짜별로 적어 본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이 앙코르왓에 대하여 아는 모든 것이 되고 말았다.


* 위 사진 : 앙코르왓의 여명

여행자 혹은 답사자가 격언처럼 받들고 있는 말, “아는 것만큼 보인다”를 나 역시
여행 때마다 되새기는 편이지만 이번 앙코르왓을 위해서는 그런 생각을 잊기로 했다.

앙코르 사원에 대하여 무엇을 알고 갈 것인가.
사원이 세워진 연대와 내력?
건축 양식의 유래와 특징?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
벽면에 새겨진 벽화의 의미?......

앙코르왓에 대하여 그런 것을 준비하여 머릿속에 담아두려 했다면 나의 두뇌는
용량 부족으로 여행도 가기 전에 삐걱거리며 동대문 가려고 남대문 가는 버스를
타는 이상 징후를 나타냈을 것이다..

만약에 A4용지에 자료들을 복사와 인쇄를 해서 간다고 하면 모르긴 해도
백과사전 한 질 분량은 짊어지고 가야 했을 것이고.
소형 노트북에 자료를 담아 가라고?
노트북을 살 돈도 없지만 만약에 그랬다면 불가마처럼 달아오른 사원의 돌계단에서
노트북이 부팅도 되기 전에 일사병으로 쓰러졌을 것이다.


위 사진 : 캄보디아의 얼굴 바욘

그래서 그냥 가서 그냥 보기로 했다.
시험범위가 너무 커서 아예 벼락치기마저 포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시원섭섭하면서도 마음이 편해지는 ‘달관의 경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지금으로부터 천년 전에 5백 여년의 세월에 걸쳐 지어진 사원들......
인간에게 그 시간은 어차피 존재하지 않고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한 영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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