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아기자기 알콩달콩한 이벤트로 행복하게 사시는 빨간내복님 가족.
어느 날 빨간 내복님이 내 홈페이지를 찾아주시어 시작된,
인터넷이 아니면 알지 못했을 인연이기도 하다.
내복님의 반쪽, 지수맘님께서 드디어 '성당신병훈련소' 훈련을 마치고
세례를 받았다. (빨간내복님 블로그 : http://leebok.tistory.com/)
소란스런 분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개별적인 사진 촬영 금지라는 공지를
했다는데, 이를 듣지 못한 나는 예년 생각만하고 제단 가까이 접근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위 사진 몇 장은 '부적을 알아
보지 못한 그런 무식한 도깨비'가 되어 찍은 것이다.^^
예전에 나는 교회나 성당, 혹은 절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신자가 아닌
'환자'라고 놀려대곤 했다. 남들은 예수나 부처 없이도 잘 사는데
당신들은 그 양반들 없으면 못산다고 매달리니 환자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면서.
세례를 받고 성당에 나간지 3년 째인 지금도 나는 아직 '환자'가 되지
못했다. 그저 일요일이면 가급적 미사에 빠지지 않는 것과 매일 성경을
조금씩 읽는 것을 지키려고 하는 약간의 초기 증세를 보일 뿐이다.
그것이 내 믿음의 용량에 맞는 행동이라고 스스로 변명하기도 한다.
세례식에 이어 셰례자들에게 당부가 곁들인 신부님의 강론 중에 기도
라는 말이 나왔다. 문득 세례를 받고 3년 동안 그 이전과 대비되는 한
가지가 더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일요일 미사 시간이면 내가 마음 속
으로 생각하는 그것을 기도라 이름 붙일 수 있다면 말이다.
일요일 낮이면 벽에 팔을 벌린 채 나를 내려다 보는 예수상을 바라보며
자주 멀리 있는 딸아이를 생각한다. 새롭게 한주일을 시작하는 그녀가
아침에 거뜬거뜬 일어나는 모습을, 흡족하진 않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소망해본다.
세상을 떠난 분들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살아계시는 동안 내가 잘하지
못했던 일들에 다소 상투적으로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지금 계신 곳은
편안하신가 묻기도 한다. 책에선 "죽음은 생명을 끝낼 뿐 관계를 끝내지
못한다"고 가르치지만 제단 위의 저 양반은 생명마저 끝내지 못한다고
했음을 가끔씩 떠올려보기도한다.
어째 세상살이가 살수록 고달프냐고 투정을 부릴 때도 있다.
'그 분 오른편에 앉아서 혹시 당신 조는 것 아니냐?'고.
'아무 것도 하지 안는 전능'은 전능이 아니라 무능이라고
뻣뻣이 고개를 들어 창밖의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래서 나는 '환자'가 될 수 없다고 튕겨보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 날벼락 맞지 않고 그럭저럭 사는 걸 보면
그 양반'이 무진장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짐작한대로
매우 무능하기 때문인 것도 같은데, 설혹 그렇다고 하더라도
똑똑한 사람들 많아 피곤한 세상에 그런 만만한 '호구' 하나쯤
가깝게 두어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나를 먹으라'며 스스로 누구에게건 밥을 자처했다고도 하니까.
(그 '밥'이 아닌가?)
쓰다보니 무슨 말을 하자는 것인지 나도 모를 뒤죽박죽이 되었다.
각설하고
지수맘님의 세례를 축하드린다.
(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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